美, 한일갈등 역할모색…스틸웰 亞방문서 3자 고위협의는 힘들듯(종합)

입력 2019-07-13 00:59   수정 2019-07-13 02:49

美, 한일갈등 역할모색…스틸웰 亞방문서 3자 고위협의는 힘들듯(종합)
스틸웰 차관보 방한·방일 행보 주목…'즉각 중재'엔 선긋기 목소리도
국무부 '할수 있는 모든것 할 것' 역할론 자임…정부 전방위 외교전 '모멘텀' 관측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는 원칙론을 내세워 한일갈등에 관망해온 미국 측이 '조속한 해결' 입장을 밝히며 본격적인 역할론 모색에 나서는 모양새여서 주목된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방한과 맞물려 미국이 한미일 3국의 고위급 협의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한일 간 경색 국면 타개를 위한 미국의 중재 노력이 감지되고 있다.
워싱턴DC에 '급파'된 통상전문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비롯,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조치의 부당성 등을 알리기 위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전방위 대미 여론전이 본격화한 가운데서다.
그러나 일본 측의 '무응답'으로 스틸웰 차관보의 아시아 순방 기간 3국간 고위급 협의 추진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한일 간 중재에 선을 긋는 듯한 스틸웰 차관보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도 전해지는 등 미국이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한미일 간에 고위급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11일(현지 시간) 방미 중인 김 차장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한미는 이에 매우 적극적인 반면, 일본이 아직 답을 주지 않은 채 소극적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측은 스틸웰 차관보의 한일 방문 계기에 한미일간 고위급 협의를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둬 온 것으로 보인다. 스틸웰 차관보는 11∼14일 일본 도쿄를 방문하는 데 이어 16∼18일 방한한다.
다만 일본측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스틸웰 차관보의 아시아 순방 기간 한미일 3국간 고위급 협의는 현재로서는 '안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김 차장이 이날 카운터파트인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 면담 후 기자들에게 말했다.
관망론을 보여온 국무부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3국의 양자 간, 3자간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나 막후에서나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 해결을 위한 역할론을 자임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해결되길 바란다"면서 이번 사태의 조기 해결에 대한 희망을 표하며 역할론을 모색하는 듯한 흐름이나 당장 직접적 중재 등 '구체적 액션'에 들어가기보다는 일단 흐름을 지켜보면서 상황에 맞게 역할을 고민해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일 갈등에 대해 아직 '입'을 열지 않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시점에 침묵을 깨고 관련 언급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당장의 직접적 중재와는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미정부 고위당국자들의 발언도 언론이나 전언 등을 통해 잇따라 '전파'를 탔다.
일본을 방문 중인 스틸웰 차관보는 NHK방송 인터뷰에서 한일간 긴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 균열이 안 생기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순방 기간 중재 여부에 대해선 "내가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중개할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고 이 방송이 보도했다.
해리스 대사도 한일 두 나라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지금은 미국이 두 나라 관계에 개입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미국 정부가 한일관계를 중재하거나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이 해리스 대사와의 비공개 면담 후 전했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 내 대표적인 동맹인 한·일의 갈등을 바라보는 트럼프 행정부로선 고민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북한 비핵화 문제 및 아시아 역내 중국의 영향력 견제 등을 위해서는 한미일간 굳건한 3각 연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확고한 인식이어서다.
관망 모드를 이어온 미국 측이 역할론 모색에 나서는 데는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워싱턴 외교전'도 모멘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방미 첫날인 10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11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이어 이날 쿠퍼먼 부보좌관을 비롯, 미 조야 인사들과의 릴레이 접촉을 이어갔다. 그는 방미 기간 상·하원 인사들과도 만났으며, 13일 출국할 예정이다.
전날 워싱턴DC를 찾은 윤강현 외교부 경제 외교조정관도 전날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과 면담했으며 이날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한반도 보좌관 등과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 경제외교 국장도 전날 고위경제 대화 국장급 협의를 가진 데 이어 마크 내퍼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와 별도 회동을 가졌다. 김 국장은 미국 측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르면 다음 주 워싱턴DC를 찾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0일 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통화를 하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한국과 미국 기업을 넘어 세계 무역질서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함께 한미일 3국 협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폼페이오 장관도 이해를 표명했다고 외교부가 밝힌 바 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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