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갈 길 바쁜 트럼프에 '불리'…시진핑은 '느긋'

입력 2019-09-03 07:00   수정 2019-09-03 07:40

미중 무역전쟁, 갈 길 바쁜 트럼프에 '불리'…시진핑은 '느긋'
트럼프, 대선 등 정치 일정으로 여유 적어…홍콩사태도 변수
시진핑, 베이다이허 회의 마쳐 여유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보복관세 폭탄을 주고 받으면서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보복관세만을 놓고 보면 수입액이 많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쪽이 관세발동 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지만 양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상황이 그렇지만도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일 양국 무역전쟁을 분석한 닛케이 뷰에서 정치상황까지 고려하면 트럼프 정권 쪽이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닛케이 뷰는 국내외 각종 현안에 대한 해설기사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연간 5천500억 달러다. 트럼프 정부는 작년 7월 산업기계 등 34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과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 8월 16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대해 2차, 9월 2천억 달러 상당에 대해 3차 추가관세를 각각 발동한 데 이어 이달 1일 1천1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이로써 추가관세 부과대상 총액은 3천600억 달러에 이르게 됐다. 연말까지 유예한 스마트폰 등 1천60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대해 추가관세를 발동하면 중국제품 거의 전체에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이에 비해 중국의 대미수입은 연간 약 1천500억 달러다. 중국은 이미 70%에 해당하는 1천100억 달러분에 보복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관세율을 인상해 대항할 수 밖에 없다.
합의 직전까지 갔던 4월 협상이 결렬된 후 중국은 무역전쟁을 '지구전'으로 간주하는 자세를 분명히 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내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을 놓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공산당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은퇴한 당 원로와 시 주석 지도부가 중요 의제를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를 무사히 마쳤다. 공산당 1당 독재체제인 중국은 원래 무역협상에서 미국 만큼 국민여론에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시 주석의 당내 기반이 공고해지면 협상에 한결 여유가 생긴다.
반면 민주주의 체제인 미국의 트럼프의 정치기반은 반석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재선이 걸린 내년 11월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2개월. 정치 일정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별로 여유가 없다. 대선의 열쇠를 쥔 미국 중서부 경합지역의 농민들 사이에서는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중국의 관세부과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무역협상 조기타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8월 하순 농산물 관세인하와 옥수수 긴급수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미일무역협상을 서두른 것도 이런 국내 정치상황 때문이다.
트럼프의 현재 지지율은 40%대 전반 수준이다. 공화당 핵심 지지층은 확보하고 있지만 부동표의 향배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어서 재선이 안정권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재선에 나선 대통령에게는 경기상황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전후 현직 대통령으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민주당 카터와 공화당의 아버지 부시 2명이다. 모두 경기후퇴가 패인이었다.
전년 대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 1·4분기 3.1%에서 2·4분기 2.0%로 둔화됐다. 아직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11년째를 맞고 있는 전후 최장기 경기확장은 언제라도 끝날 수 있다. 실제로 2·4분기 수출은 5.8% 급감해 미중무역전쟁 1년이 지나면서 미국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향후 미국 경기가 후퇴해 금리인하 등 금융정책에도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면 트럼프는 재선전략상 최대의 경기대책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휴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합의는 어렵더라도 상호 부과한 추가관세를 철폐하거나 인하하는 휴전이 선택가능한 방안이다.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협상타결 시한은 연내, 아무리 늦게 잡아도 내년 봄이다.
문제는 미국내 여론이다. 당장은 미국 의회에서 초당파적으로 대중 강경론이 대세여서 트럼프로서는 안이하게 타협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협상 타결을 서둘러 중국에 양보한 것으로 비쳐지면 정치적으로는 마이너스다. 강경자세를 유지하면서 1차 휴전하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미국인 대부분은 트럼프가 대선전에 협상을 타결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동안 예측불가의 행보를 보여온 만큼 폭주할 위험이 있다. 중국의 지연전술에 학을 떼 통화, 금융 등으로 전선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 경기악화 책임도 연방준비제도(Fed)와 중국에 떠넘기면서 대선때까지 강경자세로 일관하는 도박을 할 수도 있다.


여기에 홍콩문제도 양국 관계의 불안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정계는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인권문제로 간주하고 중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홍콩사태에 강경 대처해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때처럼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사태가 빚어지면 무역협상 타결은 커녕 더욱 강경한 제재조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최악의 시나리오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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