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도굴에 멍드는 이집트 마을…방바닥 굴착도 늘어

입력 2019-09-04 11:16  

'일확천금' 도굴에 멍드는 이집트 마을…방바닥 굴착도 늘어
주술사 말 듣고 나일강변 한 마을 10여 가구 '방바닥 굴착'
'유물 나오면 신의 선물', 불법 미국 유출 1세기 관(棺) 가을 환수 예정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고대문명 발상지인 이집트에서 유물 도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분이나 유적지에서의 도굴이 어려워지자 최근에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유물이 있음직한 민가의 방바닥이나 마루 밑을 파는 도굴이 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3일 전했다.
노새가 끄는 마차가 흙먼지를 일으키는 카이로 근교 기자지구. 3대 피라미드로부터 10㎞ 정도 떨어진 나일강변의 3층짜리 민가에서 방바닥 밑을 파는 도굴 굴착현장을 이 신문 특파원이 집주인의 안내로 취재했다.
"아무도 없으니 들어와도 좋다"며 문을 열어준 집주인(35)의 뒤를 따라 들어가 건물 1층의 방문을 열자 다다미 8장 크기의 방이 나타났다. 창문을 콘크리트로 막아 놓아 전등이 켜져 있지만 실내는 어둡다. 방바닥에는 사방 1m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고 사다리가 놓여 있다. 깊이 8m 지점에는 흙투성이 양동이 2개가 놓여있다. 파낸 흙이 옆방의 천정까지 산처럼 쌓여있다.
굴착은 올 1월에 시작됐다. 모르는 남자가 찾아와 "방바닥을 파게 해달라. 귀중한 물건이 나오면 비싸게 팔 수 있다. 당신 몫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22년전에도 같은 제안을 받고 고인이 된 아버지가 제의를 받아들였지만 자재구입비로 건넨 3만 이집트 파운드(당시 환율로 약 1천만 원)만 떼이고 말았다. 그 일이 떠올라 망설였지만 "일확천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제안을 받아 들였다.


도굴꾼 5명과 제안을 한 남자 등 6명이 굴착 일을 한다. 집 주인은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 전원 이슬람 경전인 쿠란에 손을 얹고 "서로 묻지 않는다. 비밀을 지킨다"고 맹세했기 때문이다.
유물 도굴은 3-7년 금고형에 더해 50만-100만 이집트 파운드(약 3천200-6천4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연간 소득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하지만 집 주인이 아는 것만 해도 근처 10여 가구에서 방바닥이나 마루 밑 굴착이 이뤄지고 있다. 마을 사람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듯 했다. "모두 가족 같은 관계여서 경찰에 신고하는 일은 없다"고 집 주인은 장담했다.
택시 운전사인 가바르(32)는 "몫돈을 기대하고 자기 집 방바닥을 판다"면서 "뭔가 나오면 그건 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부터 기자 일대에서 도굴을 했다. 인근에 사는 늙은 부부가 "우리 집 밑에 고대 무덤이 있는 것 같다. 파보라"고 권한 게 계기였다.
친척과 친구 8명을 모아 노부부집을 찾아가자 "주술로 무덤을 찾았다"는 40세 정도의 남자가 있었다. 염주를 든 묘한 분위기. 노부부는 이 남자가 하는 말을 믿고 있었다. 뭔가 나오면 그가 밀매인에게 팔아 그 돈을 노부부와 도굴인이 3등분하기로 했다. 이 남자는 신원이 드러나는 걸 꺼리는 듯 가바르 일행과는 일절 말을 섞지 않고 작업 지시는 노부부를 통해 전해왔다.
부엌 바닥에 직경 1.5m의 구멍을 팠다. 물이 많이 나와 공사는 난항을 거듭했다. 3개월에 걸쳐 7.5m까지 파내려 가자 "동쪽으로 4.5m를 수평으로 파라"는 지시가 왔다. 그러나 밤에 굴이 무너지는 바람에 작업은 중단됐다. 가바르는 욕심이 났다. 도굴에 관여하는 친구를 통해 6군데를 헤집고 다녔다. 민가의 방바닥, 유적지 근처의 빈 땅, 포도밭을 뒤졌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더 커지기만 했다.
이집트에는 기원전 3천년 께 통일왕조가 출현했다. 고대왕국 시대에는 나일강 연변의 멤피스에 수도를 두고 각지에 피라미드가 조성됐다. 나일강 하류는 농업생산력이 높아 일찍부터 촌락이 발달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발굴된 유적이 전체의 30-40%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고고학자도 있다.
"나일강 주변을 파면 뭔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국가의 보물이 모르는 사이에 도굴되고 있다". 외국으로 유출된 문화재 환수업무를 담당하는 이집트 고대유물부의 샤방 압딜가와드(48)는 이렇게 탄식했다.
민주화 요구 시위인 '아랍의 봄'으로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후 보복을 겁낸 경찰이 거리에서 한때 물러가자 도굴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가 시작된 2011년 1월부터 1년반동안 무려 5천697곳에서 도굴이 이뤄졌다.
당시 도굴됐던 관(棺)이 올 가을 미국으로부터 반환된다. 기원전 1세기께의 것으로 추정되는 관은 전체가 금박처리돼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구입해 전시해 왔으나 "도굴품일지 모른다"는 지적을 받고 양국이 조사한 결과 수출허가증이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5-2018년 각국에서 이집트로 반환된 문화재는 1천589점이다. 이집트 고대유물부는 TV를 이용한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밀수를 막기 위해 공항과 항구의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도굴 전모 파악은 지난한 과제라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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