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시위 사태 3주째…피녜라 대통령 "사퇴 안 한다"

입력 2019-11-06 10:18  

칠레 시위 사태 3주째…피녜라 대통령 "사퇴 안 한다"
남미 축구클럽 대항전 결승전 개최지 산티아고→리마 변경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칠레에서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 사태가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사퇴 의사는 없다고 선언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퇴진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럴 계획이 없다"(NO)고 답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들은 30년간 계속 쌓여왔다"며 "나는 그 일부에 책임이 있고 (실제로) 책임도 맡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내가 그러한 유일한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격렬한 시위 속에서 지난달 19일 산티아고에 15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당국에 치안 책임을 부여했다.
그는 자신의 결정을 옹호한 뒤 시위 과정에서 제기된 경찰의 폭력과 직위 남용 문제에 대해선 조사 착수를 약속했다.
앞서 칠레는 이달 예정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다음 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 개최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시위 사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제 축구경기 개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이번 사태로 이달 남미 축구클럽 대항전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전 개최지를 칠레 산티아고에서 페루 리마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남미축구연맹은 이번 결정이 "불가항력과 공공질서라는 새로운 상황" 때문이라고 밝힌 뒤 "선수들과 대중, 대표단의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의 리버 플레이트와 브라질의 플라멩구 간의 결승전은 이달 23일 열릴 예정이다.
칠레축구연맹은 산티아고에서 오는 15일 예정된 볼리비아와의 국제 친선경기를 취소했다.

AFP통신은 피녜라 대통령의 인터뷰는 그가 이번 사태로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전했다.
폭동과 약탈, 화재로 피해를 본 6천800여 기업들이 재정 지원과 세금공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통신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산티아고에서 이번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든 지난 4일 시위자들은 경찰과 충돌하고 상점을 약탈했다.
수만 명이 경제적 불평등과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이번 시위의 중심지인 이탈리아광장에 결집했고 산티아고 시내 대통령궁까지 행진을 시도했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쏴 시위대를 저지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 1명이 화염병에 얼굴을 맞았다.
약탈과 기물 파손 행위는 칠레 중부 휴양도시 비냐델마르, 발파라이소, 콘셉시온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자들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집회를 열었다.
일부 시민은 지하철 네트워크에 피해를 주는 기물파손 행위에도 불구하고 일터로 돌아갔다고 통신은 전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공권력에 대한 다수의 불만이 제기됐는데, 만약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면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치안 강화 조치에 대해 "민주적이고 헌법에 입각한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시위대는 헌법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1973~1990년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 카뎀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선 87%가 이러한 개혁에 찬성했고, 피녜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13%로 추락했다.
지난달 칠레 정부는 유가 상승과 페소화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출퇴근 피크 타임 기준 800페소(약 1천280원)에서 830페소(약 1330원)로 올렸다.
이것이 도화선이 돼 시민과 학생 등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j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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