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엘리자베스여왕 가족문제 근심 속 성탄 메시지(종합)

입력 2019-12-26 01:53  

英 엘리자베스여왕 가족문제 근심 속 성탄 메시지(종합)
남편 필립공 건강문제로 성탄예배 불참…'성추문' 앤드루왕자 대중 시선 피해
작은 손자 해리왕자 가족, 캐나다서 휴가보내…예전보다 조금 쓸쓸한 성탄절
성탄메시지 "위대한 도약은 작은 발걸음부터…신세대 기후보호 노력에 감명"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가족 문제로 근심이 깊은 가운데 예년보다 조금은 적적하게 성탄절을 보냈다.
성탄절 메시지에서는 스웨덴의 환경소녀 그레타 툰베리 등 젊은 세대의 환경보호 노력에 감명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여왕(93)은 이날 오전 11시 잉글랜드 중부 노퍽의 샌드링엄 영지에 있는 성 마리아 막달레나 교회에서 열린 왕실의 성탄 예배에 남편 필립공(98·에든버러 공작) 없이 참석했다.
교회에 도착한 여왕의 전용차 벤틀리의 옆자리에는 필립공 대신 큰아들 찰스 왕세자의 부인 카밀라가 타고 왔다.
필립공은 숙환으로 나흘간의 입원을 마치고 전날 아침 런던의 킹 에드워드 7세 병원을 퇴원했지만, 이날은 샌드링엄 영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성탄 예배에는 불참했다.
여왕과 성탄 예배를 함께한 가족은 찰스 왕세자 부부, 큰 손자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증손자 조지 왕자(6), 증손녀 샬럿 공주(4)였다. 조지 왕자와 샬럿 공주는 왕실의 성탄 예배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참석했다고 한다.
여왕의 작은 손자인 해리 왕자 부부는 캐나다에서 처가 식구들과 7개월 된 아들 아치와 함께 휴가를 보내고 있어서 이날 왕실 예배에 불참했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형인 찰스 왕세자와 함께 먼저 도착해 대중의 시선을 피해 정문이 아닌 다른 문으로 교회에 들어갔다. 예배가 끝난 뒤에도 그는 왕족들이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자리에도 불참했다.
BBC는 앤드루 왕자가 11시 왕실 성탄 예배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전하고 성 추문에 휩싸인 앤드루 왕자에게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도록 한 조처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성범죄 혐의로 체포된 뒤 숨진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던 앤드루 왕자는 과거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안마사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맹렬한 비난에 직면한 상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남편 필립공의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와 차남의 성 추문 등 왕실 내부의 문제로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여왕은 이날 BBC를 통해 발표한 성탄 메시지에서 "올해는 때때로 꽤 험난하게 느껴졌다"면서 작금의 심경을 에둘러 토로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러나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의 중요성을 담담한 어조로 강조했다.
그는 사전 녹화한 성탄 메시지에서 50년 전 인류의 달 착륙을 언급하면서 "모든 위대한 도약은 작은 발걸음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했고, 올해가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75주년임을 거론하면서 "과거의 차이를 뒤로하고 함께 나아감으로써 예전에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얻어낸 자유와 민주주의를 영예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왕은 특히 젊은이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특별히 언급하며 "오늘날의 도전은 내 세대가 겪은 것과 다르지만, 나는 환경·기후보호와 같은 문제로 신세대들이 (예전과) 비슷한 목적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스웨덴 출신의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주도한 청소년과 젊은 세대의 환경운동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툰베리는 작년 8월부터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고, 이 시위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이름으로 스웨덴을 넘어 세계로 확산했다.
툰베리는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데 이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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