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성매매 여성, 첫 이슬람 장례식…"영광스러운 작별"

입력 2020-02-13 12:21  

방글라 성매매 여성, 첫 이슬람 장례식…"영광스러운 작별"
매춘 합법이지만 이슬람 지도자들 '성 노동자 장례' 금기시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12일(현지시간) 성매매 여성에게 처음으로 정식 이슬람 장례식이 치러져 성 노동자 수백 명이 참석해 눈물을 흘렸다.



장례식은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큰 사창가인 다우랏디아(Daulatdia)에서 열렸다. 이곳에서는 1천200명 이상 여성이 하루 5천명의 손님을 맞는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8세 이상 여성의 성매매가 합법이고, 전국에 12개의 합법적인 사창가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지도자들은 성매매를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하기에 성 노동자의 장례 기도를 거부하고 금기시해왔다.
방글라데시에서 성 노동자가 죽으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강에 시신을 던지거나 밤에 몰래 묻어야 했다.
현지 성 노동자모임 대표는 "아침에 성 노동자의 시신을 매장하려 하면 마을 사람들이 죽봉을 들고 우리를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성 노동자는 "우리의 죽음은 개 한 마리가 죽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다우랏디아에서 '성 노동자의 장례식'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이뤄진 배경에는 지역 경찰서장의 중재가 있었다.
지난주 하미다 베검(65)이라는 성매매 여성이 병으로 숨지자 가족은 관행대로 묘비 없이 땅에 묻으려 했다.
하지만, 성 노동자모임이 정식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경찰서장 아시쿠르 라만이 중재에 나섰다.
라만은 "지역 이슬람 지도자(이맘)가 처음에는 장례 기도를 꺼렸다. 하지만, '무슬림이 성 노동자의 장례기도에 참석하는 게 금지돼 있냐'고 묻자 답하지 않았고, 결국 승낙했다"고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차별적인 금기를 깨기 위해 지방 정부와 의원, 경찰 지도자들이 힘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베검의 장례식에는 성 노동자 등 200명이 참석했고, 이후 밤늦게까지 400여명의 조문객이 몰려 함께 기도하고 눈시울을 적셨다.



베검의 딸 락스미(35)는 "어머니가 이렇게 영광스러운 작별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어머니는 인간 대접을 받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락스미는 "이제부터 나를 포함해 이곳(사창가)에서 일하는 모든 여성이 어머니처럼 장례식을 치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방글라데시의 성매매는 18세 이상에만 합법이지만 사창가에는 미성년자, 심지어 7세 정도의 여아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비판받는다. 장례식의 주인공인 베검도 12세부터 다우랏디아 사창가에서 일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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