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 원폭 전시회서 '후쿠시마 빼라' 압력 행사 의혹

입력 2020-03-03 08:55  

일본 외무성, 원폭 전시회서 '후쿠시마 빼라' 압력 행사 의혹
후원 빌미로 '유엔본부 전시' 추진 단체에 내용 변경 요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외무성이 자국 민간단체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할 예정인 원폭 관련 전시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내용을 다루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피폭자로 구성된 일본원수폭(原水爆)피해자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내달 27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유엔본부 로비에서 '원폭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전시회는 5년마다 열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에 맞춰 협의회가 일본 외무성 후원을 받아 히로시마(廣島), 나가사키(長崎)시와 공동으로 개최해온 것으로, 이번이 4번째다.
협의회는 태평양전쟁 당시인 1945년 8월 원폭 공격을 받았던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피폭 직후 모습과 피폭자 사진, 핵 폐기 촉구 메시지를 약 50장의 패널에 담아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은 이들 전시 내용 가운데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주제로 한 2장의 패널을 문제 삼아 후원 중단 카드를 내세워 전시 내용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관련 전시 패널에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경위와 지금도 계속 불어나는 방사능 오염수 실태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는 작년 12월 이번 전시회 후원을 외무성에 요청했는데 연락이 오지 않아 문의하니 원전 사고를 다룬 2장의 패널이 걸림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5년 전인 2015년 전시회 때는 두 원전 사고를 다룬 내용이 포함됐음에도 후원했지만 이번에는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난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오염수가 불어나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불리는 장치를 이용해 오염수에서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트리튬(삼중수소)을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62종)의 대부분을 없앴다는 물(처리수)을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일평균 약 170t씩 증가하는 이 오염수가 118만t가량 저장돼 있다.
일본 정부는 아직 시기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후쿠시마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물을 태평양에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원폭 전시회에서 이 문제가 부각될 경우 향후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국제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강해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의 기도 스에이치(木戶季市) 사무국장은 "외무성의 변명은 전시내용이 NPT가 내걸고 있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방해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관련 내용을 제외하면 핵의 피해와 비인간성을 알리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표현의 자유에 관계된 문제인 만큼 일본 외무성의 후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내용을 바꾸지 않고 전시회를 열 방침이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는 도쿄신문의 관련 질의에 "협의회의 후원 신청을 심사 중"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시카와 유이치로 세이가쿠인대(聖學院大) 교수(헌법학)는 "(후원 중단은 일본) 정부가 원하지 않는 내용의 전시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압력이 된다"며 외무성이 후원 여부를 결정하면 그 경위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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