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눈앞위기 못본채 마스크 수출…급해지자 장당 7천원에 구입(종합)

입력 2020-04-19 16:24  

미, 눈앞위기 못본채 마스크 수출…급해지자 장당 7천원에 구입(종합)
사망자 급증한 2월말에도 정부가 대중국 '수출 안내문' 발행
WP "전문가 의견 묵살하고 대비 실패…대규모 인명피해 초래한 패착"


(서울=연합뉴스) 옥철 김서영 기자 = 심각한 의료장비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였던 지난 1∼2월 중국으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보호장비를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 연방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검증도 되지 않은 업체로부터 장당 6달러(7천300원) 가까운 고가에 마스크를 사들여 의료용으로 공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내부 문건과 경제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 시기에 미국 제조업체들이 정부의 독려로 마스크와 기타 의료장비를 중국에 대량으로 수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당시 점증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협을 인식하지 못하고, 대비에 실패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대부분 중국에 국한된 초창기까지만 해도 이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1월 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브리핑에서 전염병에 따른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으며, 비슷한 시기에 7명의 미국인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도 충분한 보호장비 공급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와중에 미 상무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2천770명에 달한 2월 26일에도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과 홍콩에 '주요 의료물자' 판매 방법을 설명한 안내문을 발행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익명의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안내문이 배포된 직후인 3월 4일 해당 사업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은 의료기관들이 필사적으로 확보하려 했던 마스크가 2월 내내 중국에 대규모로 팔려나갔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겟 의원은 "이는 미국에서 상당한 인명 피해를 초래한 패착 중 하나"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TF)팀과 첫 기자회견을 연 바로 그 시점에 그의 행정부는 '중국에 보내는 코로나19'라는 이름으로 장비를 수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팬데믹) 준비 조치 대신, 전문가들의 조언을 묵살했다"며 "사람들은 지금 개인 보호장비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요 마스크 제조사인 3M의 홍보 담당인 제니퍼 에를리히도 "초기에 정부 당국을 비롯한 어떤 기관도 중국 수출을 막는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기간에 마스크와 관련 품목의 경제적 가치는 약 140만달러(약 17억원)에서 1천760만달러(약 214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1천% 이상 증가했으며, 인공호흡기와 보호장비 출하량도 급증했다.


미국은 현재 심각한 의료장비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주 일리노이주 당국자들은 개당 1달러 75센트(약 2천원)이었던 N95 마스크가 물량을 확보하려는 지역 간 경쟁으로 개당 12달러(약 1만4천원)까지 치솟았다고 호소했다.
또 국가전략비축량(SNS)의 N95 마스크 보유분 1천300만개 중 90%가 이미 의료종사자들에게 지급된 상태다.
임시 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전역의 병원과 요양원, 응급구조대의 일선 의료진은 감염자와 고위험 환자를 진료하는 동안 부차적인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뒤늦게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3M의 마스크 생산 확대를 명령했으며, 이튿날에는 외국으로의 수출 중단을 요청했다.
닥쳐올 팬데믹을 예상하지 못한 채 마스크를 수출한 미국은 고가에 마스크를 다시 사들이는 처지에 몰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위한 N95 마스크를 조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미국 연방정부가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로부터 1억1천만 달러(1천339억원) 상당의 마스크를 주문했다고 연방정부 조달계약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올해 5월 말까지 인도돼야 하는 총 2천만 장의 N95 마스크 가운데 적어도 80%는 그동안 한 번도 연방정부와 일을 해보지 않은 업체에서 주문했으며, 소규모 거래를 한 기업이라도 의료용 납품과는 거리가 멀다고 WSJ은 지적했다.
게다가 일부 업체는 그나마 정한 납기를 놓쳤고, 더러는 모기업이 부도났거나 사업주가 여러 거래처와의 분쟁으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WSJ은 미국 정부가 이들 미검증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마스크 가격은 장당 거의 6달러에 육박해 정상적인 공급가의 6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s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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