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 변이 가진 '베토벤 생쥐', 크리스퍼 가위로 교정 성공

입력 2020-06-04 15:27  

열성 변이 가진 '베토벤 생쥐', 크리스퍼 가위로 교정 성공
더 어렵고 사례도 많은 열성 변이 편집한 첫 사례
미 하버드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미국엔 의외로 청력 상실 환자가 많다. 만 12세 이상 미국인 8명 중 1명꼴로 청력에 장애가 생긴다고 한다.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하거나 보청기를 쓰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못한다.
하버드대 브로드 연구소의 데이비드 류 자연과학 교수팀은 2년 전 생쥐의 우성 유전자 변이를 유전자 편집 기술로 복구하면 청력 상실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같은 연구팀이 이번엔 청력 상실 유전자의 열성 변이를 복구하는 동물 실험에 성공했다.
질병을 유발하는 열성 유전자 변이를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로 고친 첫 사례다.
이번 연구에서 다룬 TMC 1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청력이 약해지다가 결국 완전히 잃게 된다.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청력을 잃은 실험용 생쥐를 연구자들은 '베토벤 생쥐'라고 부른다. 귀가 머는 과정이 베토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류 교수팀은 4일 권위 있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류 교수는 "대부분의 유전병은 유전자의 우성 변이가 아닌 열성 변이로 생기고, 대다수 청력 상실도 열성 변이로 유발된다"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우성 변이는 열성 변이보다 고치기 쉽다. 한 쌍의 동일한 유전자 카피에서 나쁜 것을 제거하면 좋은 것이 구원 등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성 변이를 교정하는 건 훨씬 더 까다롭다.
류 교수는 "열성 유전 형질은 나쁜 카피만 두 개가 있다는 뜻이므로 그냥 나쁜 카피를 제거할 수 없고, 하나 또는 둘 다 고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동물의 청력은 내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hair cell)에 의존한다. 아주 섬세한 유모세포는 음파의 압력을 전기 자극으로 바꿔 뇌에 전달한다.
TMC 1 유전자에 열성 변이가 생긴 생쥐는 생후 4주쯤 됐을 때 유모세포가 빠르게 퇴화해 극심한 난청이 온다.
이번 연구에 저자로 참여한 하버드 의대의 제프리 홀트 이비인후과 교수는 유전자 요법을 사용해 생쥐의 TMC 1 관련 난청을 성공적으로 치료했다.
하지만 유전자 요법은 지속적인 효과를 담보하지 못했다. 회복한 청력을 평생 유지하려면 유전자 편집 기술이 필요했다.
류 교수팀은 유전자 편집 가위가 너무 커서 AAV(아데노 연관 바이러스)와 맞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집 가위를 두 개로 나누고 교정 DNA 코드(A·T·G·C 염기)를 각각의 AAV로 운반하는 방법을 썼다.
두 개의 바이러스 개체가 일단 동일한 세포 내로 들어간 뒤 함께 감염을 일으키고, 두 개로 나뉜 편집 가위도 하나로 합쳐져 원래의 표적을 찾아가게 디자인한 것이다.
류 교수는 "편집 표적이 어긋난 증거는 거의 없다"라면서 "변이 유전자를 교정한 생쥐는 유모세포의 형태와 신호 전달 기능이 정상적으로 잘 보존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를 실제로 임상에 적용하려면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할한 AAV로 DNA 코드를 운반하는 방법은 선천성 조로증, 겸상 적혈구성 빈혈, 퇴행성 운동 신경질환 등 다른 불치 유전병 치료에 이미 시험 적용하고 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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