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방화보다 항의시위에 관심을…" 미 흑인남성들 평화행진

입력 2020-06-05 14:29   수정 2020-06-05 17:43

"약탈·방화보다 항의시위에 관심을…" 미 흑인남성들 평화행진
시카고 200여명 평화 시위…"흑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비무장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후 촉발된 미국의 전국적인 항의시위가 폭동과 약탈, 방화로 번지며 비난 여론이 일자, 일부 흑인 남성들이 항의 시위로 관심을 되돌려야 할 때라며 평화행진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시카고 남부 흑인 다수 거주지역인 그레셤 지구에 10대부터 중장년까지 흑인 남성 200여 명이 모여 평화 시위를 벌였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침묵한 채 줄을 맞춰 행진했고, 도로 교통 신호도 준수했다. 또 일부는 플로이드가 마지막으로 절규한 "숨을 쉴 수 없다"(Can't Breathe)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언론은 전했다.
시위대는 행진을 마친 후 무릎을 꿇고 앉아 주먹을 하늘로 들어 올리며 "더는 우리를 죽이지 말라"고 외쳤다.



시위 참가자들의 어머니와 할머니 등 가족들은 길가에 늘어서서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발생 10일을 맞아 열린 이날 시위는 지역 사회운동의 구심점이 돼온 세인트 사비나 성당이 주도했다.
사비나 성당의 마이클 플레거 신부는 "혼란을 틈타 약탈과 파괴를 저지른 이들에게 쏠렸던 관심을 항의시위로 되돌려놓고자 한다"면서 "우리가 목도한 일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데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흑인 남성들이 동물처럼 살해돼왔으나 아무도 나서서 해결하려 들지 않았다"며 "이제 흑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시카고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지만, 흑인사회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인종에 따른 거주지 분리와 인종별 소득 격차가 미국 대도시 중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경찰의 공권력 남용 및 인종차별 관행으로도 악명이 높다.
시위 참가자 제임스 레이모스는 "오늘 시위는 평화와 단합을 위한 것"이라며 "흑인 남성들이 약탈과 폭력적 행동을 저지르기 위해 오늘 이곳에 나온게 아니다. 우리 커뮤니티에 대한 폭력과 파괴를 묵과하지 않기 위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가자 트레본 보슬리는 "우리를 계속 죽이고 가둔다면, 우리는 미국 사회에 공헌할 수가 없고, 미국은 더 나아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플로이드 사태가 미니애폴리스에서 발발했지만, 시카고에도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사례가 많다"면서 "시 당국은 경찰 개혁 외에도 제대로 된 시민 교육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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