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전쟁 전도사' 한종우 "한국초청에서 차세대 교육으로"

입력 2020-06-21 07:05  

[인터뷰] '한국전쟁 전도사' 한종우 "한국초청에서 차세대 교육으로"
'한국전쟁 유업재단' 이사장…22개 참전국별 교육자료집 추진
"참전용사는 공공외교 자산…고령화로 5년후면 다 사라져"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한국을 다시 찾았다가 발전상을 보고 펑펑 울었다는 참전용사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이 우리 공공외교의 소중한 자산인데, 이 자산은 향후 5년이면 다 사라질 것입니다."
미국 내 '한국전쟁 전도사'를 자처하는 한종우(58) 시러큐스대 교수는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전쟁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대부분 90세 안팎 고령인 참전용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보훈 이벤트는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참전 국가들의 정규수업에서 한국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가르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종우 교수는 미 비영리재단 '한국전쟁 유업재단'을 설립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한국전쟁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초·중·고교 교육자료집 '한국전쟁과 그 유산'(The Korean War and Its Legacy) 출간을 시작으로, 전 세계 참전 국가들로 교육자료집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다음 달 영국을 비롯해 해마다 3개국씩 7년간 발간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은 한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국에서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라는 평가가 많다
▲참전용사들의 자발적인 '잊혀짐'에 가까운 것 같다. 거의 모든 병사가 한국 땅을 밟기 전에는 한국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미개하고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인상에 가까웠을 것이다. 전쟁은 매우 추운 날씨에서 이뤄졌고 게다가 이기지도 못하지 않았나. 그러니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잊어버린 것이다.

--한국전쟁과 달리 베트남전쟁에 대한 인식은 폭넓다
▲인식 수준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베트남전쟁은 반대 시위가 TV로 방영되면서 당시 미국 정치 상황과 직결됐다. 미국 교육과정에서 베트남전쟁 관련 내용은 한국전쟁의 3배에 달한다.

--'한국전쟁 알리기'에 천착하는 계기가 있었나
▲우연한 기회에 참전용사들을 만나게 됐다. 2000년부터 맥스웰(정치학) 대학원에서 초대 주미 한국공사를 지낸 고(故) 한표욱 씨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는데, 한국전 참전용사 시러큐스지부 회원들이 수강했다.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의 빛바랜 사진들을 가져왔고, 영구 보존 방법을 고민하다가 디지털화 작업에 나서게 됐다. 시러큐스 지역 참전용사를 시작으로 미국 각지, 그리고 전세계 참전용사들로 인터뷰 대상을 넓혀갔다.

--전세계 참전용사 1천500여명을 인터뷰했는데 대체적인 반응은
▲한국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참전했고, 한국을 떠날 때도 '경제 대국'이면서도 '민주 국가'로 발전할 것으로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거의 동일하다. 국가보훈처 초청을 받아 한국 땅을 다시 밟았을 때도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면서, 자신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는 분들이 많았다.

--참전용사들이 대부분 90세 안팎이다
▲미국 참전용사의 평균 연령은 89세인데 다른 참전국보다 젊은 편이다. 미국은 징집 방식이다 보니 17~20세 연령대가 많이 참전했기 때문이다. 기존 병력을 투입한 다른 국가의 참전용사들은 더 고령인데 명확한 통계는 없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다. '포스트 70년'의 방향성은
▲고령을 생각하면 참전용사들은 향후 5년 안에 많이 돌아가시게 된다. 생존자가 있더라도 '한국 초청' 같은 행사도 쉽지 않은 연령대다. 이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공공외교 자산인데, 이 자산이 조만간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 외교적 자산을 어떻게 보전하고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는 모멘텀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 교육 외에는 해답이 없다.

--교육자료집을 발간하더라도 결국은 교사들의 교육 의지가 관건인데
▲교사 입맛에 맞춘 교육자료집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 구글에 영문으로 '한국전쟁'을 검색하면 수많은 책과 논문이 나오지만, 이번 교육자료집은 참전용사 인터뷰를 기본으로 짜였다. 그만큼 생생한 증언을 담은 것이어서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다. 조선시대 마패 제도에서 착안해 미국 교사들에게는 한국전쟁 교육 수준별로 마패 등급을 매겨 500~1천 달러의 소액을 지급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22개국 참전국별로 교육자료집을 모두 발간한다는 계획인데, 가장 주목할 국가를 꼽아달라
▲의료지원국으로 참전한 덴마크는 병원선을 보냈는데 당시 병원선 외과의사의 딸이 아버지가 남긴 기록들을 제공했고 덴마크 역사 교사들의 교육자료집 발간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매우 인상적인 사례이고, 이를 계기로 참전용사 가족들과 현지 역사 교사들을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인 '참전용사·역사교사 디지털 트리 네트워크'를 제작하려고 한다.
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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