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성소피아 모스크 전환은 내정…타국도 존중해야"

입력 2020-07-13 16:46  

에르도안 "성소피아 모스크 전환은 내정…타국도 존중해야"
터키 법원, 지난 10일 성소피아 박물관 지위 취소
에르도안, 성소피아 모스크 개조 행정명령에 서명
"법정에서 반대 여론은 아무 의미 없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 최대 관광 명소인 성소피아 박물관의 모스크 전환 결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내정 문제"라고 반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소피아의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국가가 아닌 터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34년 성소피아를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바꾼 것은 우리에게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며 "이 문제는 터키의 내정이며, 다른 국가는 우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 여론을 언급하며 "법정에서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537년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 건립한 성소피아 대성당은 916년간 정교회의 총본산이었으나,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오스만 제국의 황실 모스크로 개조됐다.
세계 1차대전으로 오스만 제국이 멸망한 후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강력한 세속주의를 앞세워 1934년 내각회의에서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고, 이듬해인 1935년 성소피아 박물관이 개장했다.
이후 성소피아는 연간 약 4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터키 최대의 관광 명소가 됐으며, 성소피아 박물관이 속한 '이스탄불 역사지구'(Historic Areas of Istanbul)는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이슬람주의를 내세운 정의개발당의 집권이 이어지면서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환원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으며,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성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취소했다.
그 직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소피아를 터키 종교청인 '디야네트'가 관리하고 이슬람 신자의 신앙을 위한 공간으로 재개장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자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바티칸에서 열린 일요 삼종 기도회에서 "성소피아를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잠긴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정교회 교구인 러시아 정교회 역시 과거 정교회의 총본산이었던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에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레고이다 러시아 정교회 대변인은 "터키는 수백만 정교회 신자의 우려를 듣지 않았으며, 오늘 법원 결정은 이 문제와 관련해 극도의 세심함을 요구한 모든 요청이 무시됐음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현대 터키의 획기적인 결정을 뒤집은 터키 최고행정법원의 판결과 그 기념비적 건축물을 종교청이 관리하도록 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정은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역사적 '앙숙'인 그리스는 "전 문명 세계에 대한 공개적인 도발"이라며 맹비난했다.
리나 멘도니 그리스 문화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보여준 민족주의는 터키를 6세기로 되돌렸다"며 "이번 법원 결정은 터키에 독립된 정의는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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