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원죄 벗나?…"털북숭이 코뿔소 멸종은 기후변화 탓"

입력 2020-08-14 17:02  

인류 원죄 벗나?…"털북숭이 코뿔소 멸종은 기후변화 탓"
유전자 분석 결과, 다른 멸종 대형동물로도 연구 확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매머드나 동굴사자 등 빙하기 말기의 대형 동물들은 현생 인류의 조상이 과도한 사냥으로 멸종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류의 멸종동물 중 적어도 털북숭이 코뿔소(woolly rhinoceros)는 인류의 사냥이 아닌 기후변화에 적응 못 해 멸절했을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자연사박물관 '고생물유전학센터'(CPG)의 러브 달렌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초식동물인 털북숭이 코뿔소의 유전자 분석을 토대로 얻은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를 발행하는 '셀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연구팀은 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털북숭이 코뿔소 무리가 시베리아의 기온이 추운 기후에 적응한 동물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기 전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약 1만4천~1만5천년 전 인류가 시베리아 북동부에 진출했을 무렵에 털북숭이 코뿔소가 멸절한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고고 발굴 과정에서 인류의 조상이 이보다 훨씬 더 이전부터 시베리아 지역에 거주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털북숭이 코뿔소의 멸종으로 이어진 개체수 감소가 인류의 시베리아 진출과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 점을 본 것이다.
연구팀은 시베리아 내 털북숭이 코뿔소 무리의 규모와 유전적 다양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총 14마리 털북숭이 코뿔소의 세포 조직과 뼈, 털 등에서 DNA를 추출해 핵과 미토콘드리아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약 2만9천년 전 개체수가 늘어나 줄곧 이 규모를 유지했으며 집단 내 근친교배도 낮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런 안정세는 인류가 시베리아에 살기 시작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유지돼 인류의 사냥 때문에 멸종됐다면 나타났어야 하는 현상과는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털북숭이 코뿔소가 지구 상에서 사라지기 약 4천500년 전인 1만8천500년까지 DNA 자료를 확보해 분석했지만 개체수가 줄지않고 그대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DNA 분석에서 털북숭이 코뿔소가 추운 기후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유전자에 여러가지 변이가 일어난 것을 확인했다. 이 중에는 주변 온도를 느낄 수 있는 피부내 수용체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도 있는데, 매머드에서도 이와 비슷한 유전자 변이가 포착된 바 있다.
이는 시베리아 북동부의 극한 추위에 적합하게 진화한 털북숭이 코뿔소가 빙하기 사이에 일시적으로 따뜻해진 '볼링-알러로드 아(亞) 간빙기'(1만4천690~1만2천890)의 기온상승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의 길로 들어섰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논문 제1저자인 CPG 박사과정 대학원생 에다나 로드는 "(이번 연구결과는) 인류가 시베리아 환경에 진입하자마자 모든 것을 앗아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기후변화가 대형 동물의 멸종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라면서 "인간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털북숭이 코뿔소 멸종에는 기후가 더 많은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만8천500년 전부터 털북숭이 코뿔소가 멸종하기까지 약 4천500년 사이에 DNA 자료를 확보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며, 털북숭이 코뿔소 이외에 다른 멸종 대형 동물로도 연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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