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란과 '41년 전 채무 상환-자국민 석방' 교환 모색"

입력 2020-09-06 14:46  

"영국, 이란과 '41년 전 채무 상환-자국민 석방' 교환 모색"
영국, 1979년 이란에 전차 수출 미이행분 4억 파운드 안 돌려줘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영국 정부가 4년 반째 이란에 수감된 자국민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42)의 석방을 위해 41년 전 이란에 갚지 못한 빚을 상환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벤 윌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자가리-랫클리프의 변호인단에게 보낸 서한에서 1979년 이란이 영국의 치프틴 전차를 도입하려고 지급한 4억 파운드(현 환율기준 약 6천307억원)를 돌려주고 자가리-랫클리프를 석방하는 해법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알렸다.
영국인과 결혼한 자가리-랫클리프는 2016년 4월 친정 가족을 만나러 이란을 방문한 뒤 영국으로 돌아가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영국 자선단체 톰슨로이터재단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던 자가리-랫클리프는 이란과 영국의 이중 국적자로, 두 나라 모두 그를 자국민으로 본다.
그는 이란 정권을 '조용히 전복'하려는 계획을 짜 안보를 위협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017년 1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조용한 전복'은 무력이 아닌 반(反)이슬람, 반정부적인 선동을 인터넷이나 소규모 모임 등을 통해 유포하는 피의자에게 쓰는 표현이다.
그를 체포한 이란혁명수비대는 그가 이란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인터넷과 미디어 관련 계획을 실행했고 이란에 적대적인 BBC 이란어 채널(BBC 페르시안)의 이란인 통신원을 포섭해 교육했다고 주장했다.
윌리스 장관이 언급한 '이란에 진 채무'는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이란 팔레비 왕정과 맺은 전차 도입 계약과 관련해 발생했다.
1976년 당시 팔레비 왕정이 영국 전차 1천500대를 사기로 계약하고 대금을 지급했지만, 185대만 인도되고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나자 영국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다.
이란은 꾸준히 영국에 미인도분에 대한 대금을 환급하라고 요구했고, 2002년 영국 법원에 이 돈이 공탁됐지만 이란으로 송금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의 전언이긴 하지만 가디언은 영국 당국자가 이 채무의 실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이 빚을 갚겠다고 해도 이란에 대규모 외화가 유입되는 이 자금의 지급 행위 자체가 미국 또는 유럽연합(EU)의 대이란 경제 제재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
이 보도에 대해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5일 영국 정부가 처음으로 이 빚의 실체를 자인했다는 데 의미를 두면서도 "영국 정부가 당연히 이란에 갚아야 하는 빚으로, 이중 국적의 수감자 석방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서방과 이란의 '빚-수감자 교환'은 암암리에 성사된 전례도 있다.
미국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직전, 4억 달러(약 4천800억원) 규모의 무기 계약을 이란과 맺었지만 혁명 때문에 무기를 인도하지 않고 대금도 돌려주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2016년 1월 이란 핵협상 타결에 맞춰 이자를 포함 17억 달러(약 2조원)를 환급했다.
공교롭게 이 시점에 이란에 수감 중이던 미국인 5명과 미국에 억류된 이란인 7명을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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