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실종'에 계속 오르는 서울 전셋값…수도권도 전세난 심화

입력 2020-10-17 08:02  

'전세 실종'에 계속 오르는 서울 전셋값…수도권도 전세난 심화
전세 품귀로 반전세 늘어…"전셋값 상승, 중저가 집값 밀어 올릴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서울의 아파트값이 급등을 멈추고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전세는 매물 구경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전세 난민' 처지인 임차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는 임차인들은 집 걱정을 덜었지만, 당장 전셋집에서 나와 다른 집을 구해야 하는 임차인들은 전세 품귀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오른 전셋값에 그야말로 '패닉'(공황) 상태다.

◇ 서울은 전세 실종…가격 폭등에 '전세 난민'은 외곽으로 밀려나
17일 서울·경기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 현상이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석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전국 최대 단지로 꼽히는 9천510가구 규모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현재 인터넷 부동산 포털 등에 올라와 있는 전세 매물이 6건, 월세가 8건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의 인기 평형인 전용면적 84.95㎡는 닷새 전인 12일 보증금 6억7천2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국토교통부 실거래 정보에 등록됐다.
이는 2년 전 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 6억4천만원짜리 전세를 5%(3천200만원) 올려 재계약한 거래로 추정된다.
유사 평형인 84.96㎡는 지난달 26일 보증금 10억7천만원(2층)에 계약이 체결됐고, 84㎡ 규모의 전세 호가는 현재 보증금 11억5천만∼12억원에 육박한다. 2년 전보다 2배가량 뛴 값이다.
헬리오시티 물건을 중개하는 A 공인 대표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자기가 사정이 있어서 제 발로 나가는 임차인을 빼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라며 "전세 매물이 씨가 말라 지금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단지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세는 1건, 월세는 2건 나와 있는 게 전부다.
전셋값도 이미 크게 올라 84.79㎡의 경우 10억원대에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딱 1개 나온 전세 역시 같은 면적으로, 집주인이 11억5천만원을 부르는 상황이다.


3천885가구 규모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전체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12개에 그치고 있다.
전용 59.96㎡는 전세 보증금이 8월 5억5천만∼6억5천만원에서 현재 7억5천만원까지 올랐고, 84㎡ 전셋값은 1∼2개월 사이에 8억원대에서 9억원대로 뛰었다. 집주인들은 9억5천만원을 받으려 한다.
아현동 B 공인 대표는 "여기는 인근에 입주 아파트가 있어 전세가 전혀 없지는 않은데, 한두 달 전보다 전셋값이 너무 올랐다며 더 싼 전세를 찾아 돌아가는 수요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고가 거래도 계속되고 있다.
강남구 도곡렉슬 85㎡는 지난 14일 보증금 15억5천만원(5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져 역대 최고 가격에 전세 계약서를 썼고, 래미안대치팰리스 91.93㎡도 지난달 29일 보증금 17억3천만원(28층)에 신고가를 갱신하며 전세 거래를 마쳤다.
강남구 압구정동 H 공인 관계자는 "전세 계약 기간이 도래한 임차인 대다수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으려 하면서 전세 매물을 찾기가 힘들고, 그나마 임차인이 퇴거하는 전셋집도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집주인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전세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동 H 공인 대표는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보증금을 2년에 5%밖에 올리지 못하게 되자 새로 임차인을 구하는 집주인들은 1억원 넘게 전셋값을 올려 부르기도 한다"며 "다른 때 같으면 콧방귀를 뀌었겠지만, 지금은 물건이 없으니 이걸 받아주던지 더 싼 전세를 찾아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으로 번진 전세난…반전세도 증가세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의 전세 상황도 비슷한 상황이다.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2 전용 84.95㎡는 지난 10일 보증금 6억4천만원(26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처음으로 6억원을 넘겼고, 노원구 중계동 금호타운 84.98㎡는 지난 12일 보증금 6억원에 전세 계약서를 써 처음 6억원을 돌파했다.
금호타운의 경우 직전 거래인 지난달 15일 4억원(10층)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사이 전셋값이 2억원 뛴 것이다.
경기도 화성시 영천동 동탄2신도시의 동탄파크푸르지오 74.75㎡의 경우 지난 13일 보증금 4억3천만원에 최고가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신고됐다.
이 아파트에서 이보다 큰 면적인 84.94㎡는 9월 보증금 3억5천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이 가장 최근 거래다. 84㎡의 경우 불과 2∼3개월 전까지는 보증금이 3억원을 넘지 않았으나 지금은 4억5천만∼5억원을 부르는 상황이다.


전세가 뛰면서 반전세와 월세도 늘고 있다.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47일간 성사된 임대차 거래는 17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순수 전세 거래는 6건에 불과하고, 11건은 월세를 낀 반전세 거래였다.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부 월세의 가격 수준도 부담스럽다.
이 아파트 84㎡ 규모 반전세는 지난달 19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40만원(29층), 지난달 26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260만원(9층), 지난달 29일 보증금 6억5천만원에 월세 100만원(3층) 등으로 매달 100만∼260만원까지 월세를 낼 수 있어야 입주가 가능한 수준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에 보유세 부담까지 커져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장기적으로 전세가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크고, 전셋값 상승이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을 지탱하고 밀어 올리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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