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국정심판론속 코로나 복병에 무너진 트럼프…정반대로 간 바이든

입력 2020-11-08 04:42   수정 2020-11-08 10:05

[바이든 승리]국정심판론속 코로나 복병에 무너진 트럼프…정반대로 간 바이든
기성정책 부정하며 논란과 분열의 연속…'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
전염병·경기침체·인종차별 등 3대 악재…조기 진화에 실패
바이든, 정반대 전략으로 '반트럼프' 규합…철저한 차별화에 성공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11·3 미국 대선전을 뒤흔든 최대 쟁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적인 패인이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승리의 일등공신이 바이러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바이든의 출마 공식화 후 여론조사에서 밀리긴 했지만 탄탄한 경제지표에 힘입어 재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복병이었다. 발병 초기인 지난 2월 독감보다 못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취급했다가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3월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체면을 구겼다.
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실업률은 치솟으며 경기침체로 빠졌다. 다만 이때만 해도 코로나19 대유행을 잡을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재선가도에서 비장의 무기로 삼았던 경제가 흔들리자 바이러스 통제보다는 경제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주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수시로 비난하고, 심지어 마스크 착용조차 꺼리며 방역 지침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당연히 바이러스는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초강대국 미국이 전세계 확진과 사망 1위라는 오명을 썼다.
바이든 후보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철저하게 차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과학자들의 조언을 경청하겠다고 밝히고 마스크 착용은 물론 각종 행사나 유세 때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 전염병 불안에 떨던 유권자의 신뢰를 얻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이 코로나19를 대선의 가장 큰 쟁점이라고 본 것과 맞물려 바이든 후보가 전염병 대유행을 대선 정국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소재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5월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목 누르기로 사망한 사건 후 촉발된 미국 전역의 인종차별 항의시위 사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보듬기보다는 일부 폭력사태에 초점을 맞춰 '법과 질서의 대통령' 프레임으로 접근했다.
바이든 후보는 인종차별 해소와 공권력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등 화합과 치유에 방점을 둔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올해 미국은 1918년 스페인 독감, 1930년대 대공황,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 등 자국 역사상 3가지 큰 혼란과 맞먹는 위기를 한꺼번에 겪었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선거를 앞두고 대형 사건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거나 상황을 더 악화시켜 고배를 마셨고, 바이든은 그 약점을 파고든 것이 승리의 비결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전부터 이번 대선은 '트럼프 대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트럼프 집권 4년에 대한 유권자의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나뉜 상태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성 정치권에 몸 담은 적이 없어 '아웃사이더'로 통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오물 청소를 하겠다'(drain the swamp)며 워싱턴 주류 정치권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대선 구호를 앞세워 당선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오물 청소'를 명분으로 정치, 경제, 외교·안보 등 각 분야에서 비단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전 공화당 행정부 때부터 내려오던 전통과 기조까지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구호는 그럴듯 할지 몰라도 적용 과정에서 좌충우돌식 행보, 행정부 내부의 마찰과 불협화음, 즉흥적인 정책 결정과 번복 등으로 4년 내내 각종 논란을 달고 다녔다.





지지기반인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과 백인 사회를 의식하다 보니 백인우월주의의 득세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초래했고, 이는 '인종의 용광로'인 미국에서 흑인과 라틴계 등 소수인종의 불만과 소외감 심화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멕시코 국경장벽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반이민 정책은 사회 분열과 갈등을 심화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신중치 못한 언행에다 각종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며 2016년 그를 지지했던 노인과 여성층이 등을 돌리고, 특히 도심과 시골 사이에 거주하며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꼽힌 교외 거주층의 민심마저 잃은 것도 뼈아픈 패착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할 때 대선 캠프가 공모한 의혹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라고 압박한 의혹이 불거져 의회의 탄핵심판을 받는 수모까지 당했다.



이에 반해 바이든은 정반대라고 할 정도로 철저히 다른 해법과 비전을 제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절머리가 난 유권자 표심 공략에 나섰다.
공약집인 민주당 정강정책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폐기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고, 미국인의 관심도가 높은 의료와 인종, 이민 정책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와 절연을 선언했다.
국제관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각종 국제기구와 협약의 복귀를 약속하고, 동맹의 복원 등을 통해 미국의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코로나19 확진으로 수세에 몰렸다가 완치된 후 화려한 부활의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는데 실패했다. 트럼프 캠프에서 '10월의 서프라이즈'로 여겨졌던 백신은 끝내 대선일까지 나오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전 막판 바이든의 아들 비리 의혹을 조준하며 네거티브전까지 펼쳤지만 파괴력이 없었다.
바이든을 구태 정치인으로 몰아붙이며 유권자의 반(反)워싱턴 정서를 자극했지만 '정치적 이방인'이던 4년 전과 같은 주목을 받진 못했다.
이번 대선이 지난 4년간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좌충우돌식의 불안하고 분열적 리더십을 보인 트럼프의 실패 내지 자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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