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결산] ①대책에 또 대책…꼬일 대로 꼬인 스텝

입력 2020-12-20 07:31  

[부동산결산] ①대책에 또 대책…꼬일 대로 꼬인 스텝
수요억제대책에 공급대책까지 쏟아냈지만 역부족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올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무섭게 타오르는 시장의 불길을 막기 위해 처절한 육탄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인 상황으로 정리된다.
넘치는 유동성 장세에서 정부의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값 상승세는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퍼졌고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세난까지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규제책으론 감당이 되지 않자 연거푸 주택 공급 확대 대책까지 내놓았지만 이제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서울 강남에서도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선 형국이다.
급기야 정부는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수장을 김현미 장관에서 공급 전문가인 변창흠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으로 교체하는 카드를 꺼냈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진 불길을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풍선효과 잡다가 초가삼간 태운 격
정부는 연초만 해도 집값과의 전쟁에서 곧 승기를 잡을 듯 기세등등했다.
주택 대출을 틀어쥐는 초강력 대책인 2018년 9·13 대책과 작년 12·16 대책으로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특히 12·16 대책은 시장이 예상할 겨를도 없이 매우 전격적으로 발표돼 충격파가 컸다.
수도권 주택시장도 급속히 안정세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을 막기 어려웠다.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기대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진 투자수요가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2월 20일 경기도 수원과 안양, 의왕 등지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하지만 풍선효과는 멈추지 않고 재차 다른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갔고, 기존 규제지역으로도 집값 과열 현상이 퍼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부양책으로 시중에 풀린 돈은 속절없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만 쏠렸다.
더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보기 싫었던 것인지 정부는 6·17 대책을 내놓고 수도권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어버렸다.
하지만 역풍이 더 컸다.


수도권 비인기 지역도 무차별적으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고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면서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아파트 청약을 받고 빠듯하게 중도금과 잔금을 맞춰놓았던 실수요자들도 갑자기 대출이 줄어들면서 길거리로 내몰릴 상황이 되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고 급기야 정부 지지율에도 영향을 주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장관을 불러들여 직접 부동산 추가 대책을 주문했고, 그 결과 7·10 대책과 8·4 공급대책이 나왔다.
무주택자에 대한 청약 기회를 확대하고 추가 택지도 개발하는 내용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는 시도였다.
앞선 5·6 대책에서 크고 작은 택지를 긁어모았던 정부는 석 달도 안돼 다시 쥐어짜듯 태릉골프장 부지 등 택지를 찾아내야 했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이제는 수요억제책 중 가능한 수단은 거의 다 동원한 상황이다.

◇ 임대차법 개정까지…전세시장 대혼란
하지만 7월 국회에서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 도입 법안이 통과되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먼저 시행되면서 주택시장은 다시 요동쳤다.
이미 정부는 지난 국회 때 임대차 3법 개정 방향에 대해 여당과 합의한 바 있어 새로운 정책 결정이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대승의 기세를 몰아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법 개정을 강행한 성격이 컸다.
이에 대해 당정이 너무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차 3법의 근간이 되는 임대차신고제부터 시행해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치고 나서 나머지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했어야 하는 것이 순서 아니냐는 것이다.
가뜩이나 정부는 민간 등록임대 제도도 대폭 축소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대차3법 개정안은 초스피드로 국회 문턱을 넘었고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8월 초부터 본격 시행됐다.
갑자기 변화된 임대차 시장에서 혼란은 불가피했다. 집주인 우위의 전월세 시장이 형성되면서 전셋값이 다락같이 오르기 시작했다.
미친 전셋값에 차라리 집을 일단 사야 한다는 '패닉바잉'까지 겹치면서 매매시장까지 자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정부는 11월 19일 전세대책을 발표했다.
향후 2년간 수도권에 11만4천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도심에 임대주택을 활발히 공급하는 건설사에는 공공택지 우선권도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의도 내놨다.
하지만 숫자만으론 성난 기세로 치닫고 있는 전세난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이 많다.
대책의 작은 부분인 호텔임대만 부각되면서 정책 홍보 효과도 줄어들었다. 다세대 위주로 물량이 확보되다 보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더 크다.

◇ 구원투수 변창흠의 등장 …집값 잡을까
이에 정부는 주택 공급 전문가로 불리는 변창흠 LH 전 사장을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SH와 LH에서 사장을 지내며 주택 공급 실무를 진두지휘한 그가 국토부 수장으로 오게 됨에 따라 새로운 공급 정책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최근 국토부 기자단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공급 확대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빌라 밀집지대 등 저밀 개발된 곳에 공공개발을 전제로 한 파격적인 규제특례를 주고 고밀 개발함으로써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로또 청약' 문제를 해결하고 돈이 없거나 대출받기 어려운 이도 청약시장에서 외면받지 않도록 '공공자가주택'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물론 이들은 모두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되는 장기 플랜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주택 가격 급등과 전세난에 대응하기엔 역부족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변 후보자는 "현재 패닉바잉 등은 앞으로 서울에서 공급될 주택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라며 "서울 도심에도 얼마든지 양질의 주택을 더 공급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면 주택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무튼 변 후보자의 등장은 정부가 규제보단 공급에 훨씬 치중하게 될 것이라는 신호인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는 공급 확대로 전환됐다고 보면 된다"며 "앞으로 서울 도심에서도 좋은 주택을 많이 짓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원점에서부터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당장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 공급을 늘린다는 시그널만으론 입지의 절대 강자인 강남에서 다시 살아난 불씨를 끄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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