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트럼프의 7천400만표

입력 2021-01-21 10:01  

[특파원 시선]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트럼프의 7천400만표
트럼프가 남긴 분열의 리더십…바이든, 해법으로 '통합' 제시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알 낳기를 전담하는 여왕개미가 죽어도 개미 군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미 속(屬)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왕개미가 죽으면 일개미 중에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 등 여왕의 역할을 이어받는 개미가 등장한다.
평소 억제되는 생식능력이 여왕개미 부재 시 발현되기 때문에 개미 군락 전체가 생존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극우세력이 열렬히 지지했던 지도자였다.
유색인종과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인기를 얻었고, '미국 우선주의'라는 이름으로 내셔널리즘을 확산했다.
증오와 분열의 리더십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받은 표는 7천400만 표. 최다득표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극우세력뿐 아니라 일반 미국인 중에서도 그의 극단적 주장에 열광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을 나선 그는 환송 행사 연설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4년 후 재선에 재도전할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대선 재도전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목표일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가 4년 후까지 유지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 탄핵안이 상원마저 통과한다면 자칫 출마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의 출마나 재선 여부가 아니다.
그가 정치를 계속하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지난 4년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열광했던 수천만 명의 미국인은 그대로 투표권을 행사한다.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 같은 정치인이 대안으로 선택될 가능성도 있다. 여왕개미가 사라지면 새로운 여왕개미가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극우파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QAnon)은 최근 공화당의 주류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껏 현실 정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미국의 극우세력이 기성 정치권을 좌우할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통합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미국 사회의 위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는 "미국의 통합에 영혼을 걸겠다"면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미국 사회의 기존 가치에 비판적인 극우세력까지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통합의 리더십이 성공하지 못하면 트럼프와 같은 이념을 가진 정치인이 또다시 미국을 이끄는 장면을 목격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ko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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