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캣닙·개다래나무 잎에 사족을 못 쓰는 이유는

입력 2021-01-21 11:39  

고양이가 캣닙·개다래나무 잎에 사족을 못 쓰는 이유는
마약처럼 행복감 느끼게 하고 모기까지 쫓기 때문
日연구진, 개다래나무 유효성분 '네페탈락톨' 효과 규명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고양이는 캣닙(개박하)이나 개다래나무 잎을 보면 냄새를 맡고 머리와 얼굴을 비비거나 그 위를 뒹구는 등 사족을 못 쓴다. 그래서 고양이 '집사'들이 애완묘의 환심을 사려 할 때 이 식물의 잎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이 식물들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불분명했는데 일본 대학 연구진이 그 비밀을 풀어냈다.
일본 이와테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미야자키 마사오 교수팀은 개다래나무에서 확인한 새로운 유효 성분인 '네페탈락톨'(nepetalactol)이 고양이를 행복감에 취하게 만들고, 모기를 쫓는 복합적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네페탈락톨을 종이 여과지에 묻혀 실험실 고양이 18마리와 길고양이 17마리에게 주고 반응을 살폈다. 이들 모두 개다래나무 잎에 보인 것과 같은 행동을 하며 아무것도 묻히지 않은 여과지보다 네페탈락톨을 적신 여과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재규어, 아무르 표범, 유라시아 스라소니 등 큰 고양잇과 동물 대상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반면 개와 실험실 쥐는 네페탈락톨 여과지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인간의 행복감은 '뮤-오피오이드 시스템'(μ-opioid system)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팀은 네페탈락톨이 고양이에게서도 이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가설을 세우고 네페탈락톨 반응 전후 고양이 혈액 내 베타-엔도르핀(β-endorphin)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네페탈락톨 반응 이후 혈액 내 엔도르핀 수치가 상승하는 것이 확인됐으며, 다른 물질에서는 상승 작용이 일어나지 않았다.
또 마약 효과를 줄이는 길항제로 이용되는 '낼럭손'(naloxone)을 투여하자 네페탈락톨 여과지에 더는 몸을 비비려 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네페탈락톨이 고양이 체내에서 생성된 엔도르핀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해 두뇌의 마약 수용체를 직, 간접적으로 자극하는 모르핀 등의 마약과 달리 중독성을 갖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고양이가 네페탈락톨을 털에 묻혀 모기를 쫓는지를 확인하는 실험도 했다.
고양이 우리의 바닥과 벽, 천장 등에 네페탈락톨을 묻힌 여과지를 붙이고 고양이의 반응을 관찰했으며, 네페탈락톨을 머리에 묻힌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모기(Ades albopictus) 개체 수를 세어 네페탈락톨을 바르지 않은 고양이 사례와 비교도 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개다래나무 잎에 얼굴이나 머리, 몸을 비비는 행동이 네페탈락톨을 털에 묻혀 모기를 쫓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으며, 이 물질이 모기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나 기생 곤충 퇴치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일부 새가 감귤류 과일을 몸에 발라 해충을 쫓고 침팬지는 해충 퇴치 효과가 있는 나무로 잠자리를 만드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고양이의 네페탈락톨 이용은 "동물이 식물 대사물질을 해충 퇴치에 활용하는 한 사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네페탈락톨이 인간의 모기 퇴치제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황열별이나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등을 옮기는 아이데스 아이쥐프티(Aedes aegypti) 종 모기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AFP 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모기퇴치제 특허를 출원 중이라고 밝혔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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