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는 왜 포도당을 발효시켜 에너지를 얻을까?

입력 2021-01-23 16:08  

암세포는 왜 포도당을 발효시켜 에너지를 얻을까?
PI3 효소의 활성 유지→대사 전환 스위치 LDHA 생성
암의 성장 지속에 필수…저널 '사이언스'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우리 몸 안의 세포는 보통 산소에 의존하는 인산화 경로를 통해 에너지를 만든다.
그런데 암세포는 효율성이 더 높은 이 경로 대신, 포도당을 분해하는 에너지 대사를 선호한다.
암세포가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할 때 산소로 포도당을 태우지 않고 효모균처럼 발효시킨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면 에너지를 신속하게 구할 수는 있지만, 대사 효율성은 크게 떨어진다.
독일의 오토 하인리히 바르부르크는 1921년 이 현상을 처음 발견해 노벨상을 받았다.
이를 '바르부르크 효과'(Warburg effect) 또는 '와버그 효과'라고 하는데 어떤 조직이 암인지 가리는 특징의 하나로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암세포가 이렇게 비효율적인 대사 경로를 고집하는 이유를 놓고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결함' 등 수많은 가설이 제기됐지만 사실로 입증된 건 아직 없다.
올해로 발견 100주년을 맞은 바르부르크 효과의 베일을 벗겨낼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암세포의 바르부르크 대사가 PI3라는 미토콘드리아 관련 효소의 활성화와 연관돼 있다는 게 요지다.
암세포가 계속해서 분열하고 성장하려면 PI3의 분자 신호가 필요하다는 게 이번에 밝혀졌다.
미국의 슬론 케터링 연구소 과학자들은 21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리밍 박사는 PI3를 '세포 대사의 사령관'에 비유했다.
세포 분열을 포함해 세포 내에서 에너지가 쓰이는 일은 대부분 이 효소의 신호를 받아 시작된다고 한다.
리 박사 연구팀은 암세포와 비슷하게 바르부르크 대사에 의존하는 면역세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병원체가 몸 안에 들어와 면역계에 비상이 걸리면 T세포는 바르부르크 대사로 전환해 감염에 맞서 싸울 병력을 증강했다.
이렇게 PI3의 활성도가 높아지면 세포가 분열하려는 힘도 강해졌다.
이런 식의 대사 전환을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게 바로 PI3의 신호로 생성되는 '젖산탈수소효소'(LDHA)였다.
이 스위치가 켜지면 T세포는 포도당의 일부만 분해해 신속하게 ATP(세포의 에너지 단위)를 만들었다.
산소 대사를 이용할 땐 덜 분해된 포도당 분자가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해 추가로 ATP를 만드는 데 쓰였다.
다시 말해 산소 대사로 가면 에너지 대사의 효율성이 올라가지만, 신속성은 확연히 떨어진다.
생쥐 실험 결과, LDHA가 결핍된 T세포는 PI3의 활성 상태를 유지하지 못했고 감염 대응력도 떨어졌다.
리 박사는 "지금까지 이 분야의 연구는 성장 인자의 신호로 세포 대사가 일어난다는 가정 아래 이뤄졌다"라면서 "이와 반대로 LDHA 같은 대사 효소가 PI3를 통해 성장 인자의 신호를 자극하는 건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활성 면역 세포가 바르부르크 대사를 선호하는 이유도 비슷했다.
활발한 세포 분열을 통해 감염 퇴치 시스템을 강화하려면 신속한 ATP 생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르부르크 효과와 PI3 사이엔 '양(陽)의 되먹임 고리'(positive feedback loop)가 작동한다고 과학자들을 말한다.
일단 ATP를 확대 생산하는 프로그램이 작동하면, 감염의 뿌리가 뽑힐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실험 결과가 암세포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리 박사는 "PI3는 암세포가 분열할 수 있게 성장 신호를 준다"라면서 "이는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활성화하는 신호 경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암세포가 바르부르크 대사에 의존하는 건 이 경로를 활성 상태로 유지해 지속적인 성장과 분열을 담보하기 위해서라고 리 박사는 강조한다.
이는 또한 '바르부르크 스위치'라 할 수 있는 LDHA의 활성화를 차단함으로써 암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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