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바이 아메리칸',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 2.0 되나(종합)

입력 2021-01-26 14:51   수정 2021-01-26 17:08

바이든 '바이 아메리칸',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 2.0 되나(종합)
연방정부 '국산품 애용' 두고 트럼프식 보호주의 재연 의심
바이든 "세계화 탓 패배주의 견해 배척" 트럼프와 차별화
동맹국과 마찰 가능성…"바이든, 트럼프 못지않다 선언한 셈"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제품 구매) 선언을 두고 주요 교역국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새 행정부가 국제사회의 존중과 협력을 표방하고 있으나 국내 사정 때문에 결국 노골적 미국 우선주의로 기울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기간시설을 구축하거나 자동차 같은 장비를 살 때 미국 제조업에 도움이 되도록 국산품 이용을 독려하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25일(현지시간) 서명했다.
이는 기존 규정을 보완해 예외 사유를 더 엄격하게 규제하고 백악관이 제도 운용을 직접 감독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바이 아메리칸 규정은 한해 연방정부가 구입하는 6천억 달러(약 661조원) 정도의 상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 적용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추산되고 있지 않다.


◇ 경기회복·노동계층 보호 표방한 바이든식 우선주의
급격한 세계화 속에서 고전을 거듭해온 미국 제조업계에는 이번 조치가 희소식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정부의 조달시장에서 영업해온 외국 기업들에는 이번 사안이 악재인 데다가 향후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까지 더한다.
특히 상황이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행보로 번져가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여당인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진의 주요 피해자이기도 하다.
경기 회복, 소득 불평등 해소, 계층 분열 완화와 같은 국내 난제에 직면한 바이든 행정부도 미국 우선주의에 빠져들 유인은 충만한 셈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제조업의 영광 부활'을 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의 활력이 과거의 것이라는 말을 단 1초도 믿은 적이 없다"며 "미국 제조업은 2차 세계대전 때 민주주의의 병기고였고 지금은 미국 번영 엔진의 일부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주요 교역국들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일방주의 때문에 통상에서 시련을 받은 만큼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22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통화에서 '바이 아메리칸'을 둘러싼 불만을 전달했다.
마크 가노 캐나다 외교부 장관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강하게 얽힌 공급사슬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식 통상정책? 아직은 초점·강도에서 눈에 띄는 차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의 '바이 아메리칸'과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국산품 애용이란 점에서는 유사하다고 해설했다.
그러나 양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초점과 강도에서 눈에 띄는 차이가 감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조업 부흥을 목적으로 임기 초반부터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일방적이고 극단적 조치들로 몰아붙였다.
최대 교역국 중국의 통상관행을 안보를 해치는 '경제 침략'으로 규정하고 무역법 301조를 가동해 광범위한 중국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했다.
제조업의 한 축인 철강산업이 붕괴한 것도 국가안보 침탈이라며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 동맹국과 전략적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철강, 알루미늄에 고율관세를 물리기도 했다.
다른 제조업 기반인 자동차 산업에서도 무역확장법 232조로 독일과 일본, 한국 등 가까운 안보 동맹국들을 제재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과격한 조치는 쇠락한 제조업 지역에 가시적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대증요법에 무게를 둔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까지는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의 추세를 받아들여 제조업 체질 개선을 염두에 둔 태도로 해석되고 있다.
교역 상대국들에 일방적 제재를 가하기보다 상호주의를 의식하며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보호주의를 일단 추진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동화와 세계화의 힘 때문에 노동자의 일자리가 미국에서 성장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적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나는 오래전부터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정부 차량을 모두 미국산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강조하고 조달을 통해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 등 다른 신성장동력에도 마중물을 붓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우리가 미국을 재건할 세금을 쓸 때 미국 상품을 사고 미국 일자리를 떠받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 일부 "바이든, 보호주의 통보한 것"…동맹국과 마찰 우려도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무역에 강경한 태도를 지니고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통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미국의 동맹들과는 협의하겠다는 뜻도 함께 강조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바이 아메리칸' 선언은 미국의 향후 통상정책 기조를 파악할 단서로 주요 교역국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통상 전문가를 인용해 이날 행정명령은 미국의 무역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뚜렷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WP는 '바이 아메리칸' 프로젝트가 공세적으로 진행되면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추진하는 공동전선 구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애스워 프래서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WSJ 인터뷰에서 "교역 상대국들은 미국 새 정부가 더 협력적이고 덜 공격적일 것으로 예상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새 보안관(바이든)이 예전 보안관(트럼프)보다 덜 거칠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 구매를 자국 기업 지원에 활용하는 전략을 다른 국가들도 모방한다면 글로벌 무역분쟁의 새로운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한 관리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납세자들의 돈을 우리나라 안에서 투자 촉진에 쓸 수 있도록 국제 무역규칙을 현대화하는 데 동맹국, 파트너들과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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