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전도 통화도 없는 바이든·시진핑 신경전 '치열'(종합)

입력 2021-02-01 15:40  

축전도 통화도 없는 바이든·시진핑 신경전 '치열'(종합)
시진핑, 베트남 서기장 당선 축하 속 바이든엔 모른 척
바이든도 동맹국 정상들과 통화하며 대중국 압박 가속
대만·남중국해·신장 문제까지 미중 갈등 상황 이어져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뒤 10일이 지났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직접 소통을 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중 정상은 대화 대신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신장(新疆) 집단(종족) 학살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등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취임 때와는 다르게 바이든 대통령에게 축전조차 보내지 않는 등 미중관계에서 저자세를 취하지 않고 힘겨루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내비쳤다.
두 정상은 상호 대화가 단절된 것과 대조적으로 동맹국 정상들과 스킨십을 확대해 가며 세 불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미중관계가 새롭게 정립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기대 속에 양국 정상은 첫 단추부터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대화 단절 속 동맹 끌어안기 '총력'


1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3연임에 성공하며 베트남 최장수 공산당 서기장에 선출된 응우옌 푸 쫑(76) 공산당 서기장에게 축전을 보냈다.
시 주석은 쫑 서기장에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개인 명의로 축전을 보내면서 중국과 베트남 양국이 사회주의 우방국으로서 전략적인 의의가 있는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또 쫑 서기장과 앞으로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넓혀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쫑 서기장에게 축전을 보낸 것은 열흘이나 앞서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지 않은 것과 대조됐다.
시 주석은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당시 사흘 만에 축전을 보내 축하 인사를 건넨 바 있다.
시 주석은 또 문재인 대통령과도 전화 통화를 통해 한중 문화 교류의 해 추진과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가자고 하는 등 세 불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시 주석과 접촉을 자제하면서 취임 이후 동맹국 정상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차례로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공약대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면서 동맹국과의 관계 회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인 때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정상과 먼저 통화하고, 이튿날 문 대통령, 스가 총리 등 아시아의 동맹들과 접촉한 바 있다.
양국 정상은 첫 접촉에 앞서 동맹국과의 의견 조율 등을 거쳐 미중관계를 정립하려는 수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의 첫 접촉이 언제쯤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외교 절차상으로는 시 주석의 축전이 있고 나서 전화 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때는 1월 20일 취임 이후 23일 시 주석이 축전을 보냈고, 2월 10일 양국 정상의 첫 통화가 이뤄졌다.

◇ 대만·남중국해·신장 인권 등 신경전 지속
G2 정상의 첫 접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양국 간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빈번히 충돌이 일어나는 지점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과 남중국해, 신장 인권 문제 등이다.
특히 대만 해협에서 양국 군대가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매주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중국 전투기 6대와 미국 정찰기 1대가 지난달 31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서남부에 진입했다고 대만 국방부가 밝혔다.
중국군 젠(殲·J)-10 전투기 2대, 윈(運·Y)-8 대잠초계기 1대, 윈-8 전자전기 1대 등 4대는 지난달 26일에도 서남부 ADIZ에 진입한 바 있다.
미군도 중국을 향해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 항공모함 전단이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 해·공군을 빈틈없이 감시하고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중국군과 강 대 강 대치를 벌이고 있다.
또 신임 미국 고위 관료들도 중국 견제에 고삐를 죄며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로운 미국 외교 수장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필리핀 외무 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신장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의 신장 정책이 집단 학살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9일(현지시간) 일본, 호주, 인도와의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가 인도·태평양 정책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중국을 압박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외교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위해 동맹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힌 가운데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출범한 '쿼드'를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중국을 향해 대립각을 세운 셈이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미중 관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서는 블링컨 장관과 설리번 보좌관 등 인사들이 과거 밀접하게 접촉해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안심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또 민주당 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달리 예측 가능한 게임의 룰을 근거로 외교를 한다는 점도 중국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행정명령에 사인한 것은 없다"면서 "남중국해 미 군함 파견 역시 민주당, 공화당 정권 구분 없이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며 해오던 군사적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 치열한 신경전 속 대화의 창 열어둬
양국이 첨예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양국 모두 상대를 향해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는 지속해서 보내고 있다.
중국 주재 미국대사관 측은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 계정을 통해 "서로 대화하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미 대선 결과가 어떻든 간에 미국은 중국과 공정하고 호혜적인 관계를 계속 추진할 것이고, 현재 미국의 대(對)중 정책에 대해 광범위하고 일관된 초당적 지지가 존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 역시 주요 관영 매체와 전문가들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그의 대중 정책이 트럼프 전 행정부와 비교해 '예측 가능'하고, '양국 갈등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 주석도 이날 중국공산당 이론지인 추스(求是)에 낸 기고문을 통해 미국과 첨단 기술 갈등의 원인인 지재권 보호 강화를 지시했다.
지식재산권은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이전부터 양국의 주요 쟁점 사안으로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 왔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정상이 언제 첫 접촉이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첫 접촉의 방식도 전화 통화가 될지 국제회의를 계기로 양자 화상 회담이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현재 기준으로 예정된 국제 행사 계획을 살펴보면 오는 4월 미국 행정부에서 개최하는 기후변화 관련 회의가 있다"면서 "회의 형식이 화상 방식일지 대면 방식일지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이 행사가 (두 정상이 대면할 가능성이 있는 행사 중) 가장 앞에 배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chin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