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의대 "한 개의 변이 세포가 수십 년 자라 암이 된다"

입력 2021-03-05 17:56  

하버드 의대 "한 개의 변이 세포가 수십 년 자라 암이 된다"
최초 변이 세포 44년 자란 사례 공개, 100개 되는 덴 10년 걸려
암세포 진화 '계통수' 분석…저널 '셀 스템 셀'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을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은 나이가 드는 것이다.
진단 시점을 기준으로 암 환자의 평균 나이는 66세다.
그러나 암의 씨앗이 언제 처음 생기고, 얼마나 오랫동안 은밀히 자라 발병하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미국 하버드의대(HMS)와 다나 파버 암 연구소 과학자들이 이 중요한 질문에 답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희소 혈액암 환자 2명에게서 분리한 암세포의 '계통 역사'(lineage history)를 재구성해 최초의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 시점을 추산했다.
그랬더니 현재 63세인 환자는 대략 19세, 34세인 환자는 9세 때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의 변이 세포가 생긴 뒤 각각 44년, 25년이 지나 암이 발병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4일(현지 시각) 저널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사실, 암세포가 오랜 세월에 걸쳐 종양으로 자란다는 연구 보고는 이전에도 나왔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는 암의 조기 진단과 예방 등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사한드 호모즈 시스템생물학 조교수는 "놀랍게도 이들 두 암 환자는, 수십 년이 지나야 발병하는 아동기 질환에 걸린 거 같았다"라면서 "그 과정엔 명확한 경계가 전혀 없어 하나의 연속체처럼 보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에 생긴 한 개의 돌연변이 세포가 그다음 10년간 100개 정도로 늘었는데 시간이 더 지나자 암세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라고 부연했다.



연구팀은 혈구 세포기 비정상으로 많이 만들어지는 MPNs(척수 증식성 종양)에 초점을 맞췄다.
희소 혈액암인 MPNs는 대부분 JAK2 유전자의 특정 돌연변이와 연관돼 있다.
인체의 '혈구 공장'인 골수 줄기세포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JAK2 유전자를 자극해 혈구의 과잉 생산을 촉발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JAK2 돌연변이로 척수 증식성 종양에 걸린 두 환자의 골수에서 돌연변이 줄기세포와 정상 줄기세포를 따로 분리한 뒤 개별 세포의 전체 유전체를 분석했다.
세포의 유전체에선 시간이 지나면서 무작위로 생긴 체세포 돌연변이도 발견됐다. 이런 돌연변이는 유전되지 않아 대체로 무해하다.
하나의 모세포에서 분열된 두 딸세포는 매우 유사한 체세포 변이 지문(fingerprints)을 갖고 있다.
같은 선조에서 나왔더라도 수많은 세대가 지나 먼 친척뻘인 두 세포는 공유하는 돌연변이가 거의 없다. 각자 별개로 돌연변이 축적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체세포 돌연변이 지문을 활용해, 선조를 공유하는 세포들의 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계통수'(phylogenetic tree)를 만들었다.
암세포 진화의 역사를 재구성해 최초의 돌연변이가 생긴 공통의 선조, 즉 근원세포(cell of origin)까지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이 계통수 분석과 돌연변이 축적률의 계산 결과를 한데 묶어, JAK2 변이의 최초 발생 시점을 추산했다.
연구팀은 또한 세포와 세포 사이의 관계를 면밀히 관찰해, 장기간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던 세포 수를 추산했고, 이를 활용해 암이 자라온 역사를 재구성했다.



다른 MPN 환자 7명의 골수 줄기세포에 대한 단일 세포 유전자 분석에선 JAK2 돌연변이의 또 다른 역할이 확인됐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특정 유형의 혈구 세포를 우선해서 생성하게 골수 줄기세포에 압력이 가해졌다.
이런 발견은 MPN과 같은 희소 암 유발 돌연변이의 조기 진단법 개발을 자극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현재 기술론 이런 돌연변이의 감지 자체가 어렵다.
이번에 연구팀이 선택한 MPN은, 매우 느리게 자라는 줄기세포 유형의 단일 돌연변이로 생긴다.
하지만 다른 유형의 암은 복합적 돌연변이로 촉발될 수 있고, 그런 돌연변이가 빠르게 성장하는 줄기세포에 생길 수도 있다.
여러 유형의 암세포 진화 과정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규명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처럼 암세포의 진화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조기 진단법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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