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악몽' 동일본대지진…쓰나미·원전폭발 겹친 '3중재난'

입력 2021-03-10 05:33  

'10년 전 악몽' 동일본대지진…쓰나미·원전폭발 겹친 '3중재난'
자연재해에 인재 겹쳐…사상최대 해저지진에 9.3m 쓰나미 발생
사망·실종자 1만8천여명…폐로·오염수 처리 등 난제 수두룩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그 육중한 고가 고속도로도 흔들흔들합디다. 무너지지 않은 게 신기했어요."
도쿄 우에노(上野)에 일터를 둔 한 재일교포가 10년 전의 동일본대지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에서 지진→쓰나미→원전 폭발로 이어지는 사상 초유의 '삼중'(트리플) 재난이 시작된 시각이다.
지진이 일어나고 나서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잇따라 들이닥친 이들 재난의 상처는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치유 과정에 있다.
상처가 제대로 아물려면 앞으로도 최소한 수십 년은 더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강력 지진
동일본대지진은 일본 수도 도쿄에서 300㎞가량 떨어진 미야기(宮城)현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은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9.0을 기록했다.
20세기 이후(1900년 이후) 발생한 세계 지진 중에서 규모 9.5로 1위인 1960년의 칠레 대지진 등에 이어 4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력한 지진이었다.
미야기현 앞바다를 중심으로 남북 약 500㎞, 동서 200㎞가량의 광대한 해저를 뒤흔든 이 지진의 뿌리(진원)는 바다와 육지의 지각판(플레이트)이 서로 부딪치는 경계부였다.
이 지진은 해저 지각에 큰 변동을 일으키며 다른 재앙의 씨앗인 쓰나미를 만들었다.
최대 파고가 9.3m 이상으로 관측된 당시 쓰나미는 미야기, 이와테(岩手), 후쿠시마(福島) 등 동일본 연안 지역을 강타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망한 1만5천899명과 실종된 2천527명의 대부분은 쓰나미로 인한 희생자들이다.
물적 피해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났다.
완전히 파괴된 건물이 12만1천992호, 반파된 건물은 28만2천920호에 달했다.



◇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후손에도 큰 짐 될 듯
동일본 연안 마을을 휩쓴 쓰나미의 거센 물살은 후쿠시마현 후타바(?葉)·오쿠마(大熊) 마을에 들어선 후쿠시마 제1원전도 덮쳤다.
이는 강진에 따른 송전탑 붕괴 등으로 외부 전원이 끊긴 상태에서 원자로를 식힐 냉각장치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비상용 발전기 가동까지 침수로 멈추게 하는 비상사태를 야기했다.
대형 쓰나미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재라고 할 만했다.
같은 블록에 설치된 원자로 4기 중 정기점검 중이던 4호기를 제외한 1~3호기에서 노심(爐心·원자로에서 연료가 되는 핵분열성 물질과 감속재가 들어 있는 부분)이 고열로 녹아내리는 용융이 발생해 지진이 일어난 지 하루 만인 3월 12일 오후부터 1호기를 시작으로 3호기, 4호기에서 연쇄적으로 원자로 건물에 들어찬 수소가스가 폭발했다.
당시 2호기에서도 노심용융이 일어났지만 1호기의 폭발 충격으로 건물에 구멍에 생긴 탓에 수소폭발을 면했다.
다만 다량의 방사성 물질 누출은 피하지 못했다.
핵연료가 장전되지 않은 상태였던 4호기는 3호기에 연결된 배관망을 통해 수소 가스가 유입되는 바람에 원자로 건물이 폭발했다.
이 사고는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1986년의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최고 레벨(7)에 해당하는 '대재앙'이었다.



◇ 험난한 폐로…오염수 처리 등 난제 산적
자연재해에 인재가 더해진 재앙으로 기록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수습의 종착지는 못쓰게 된 원자로를 없애는 폐로다.
앞으로도 30~40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폐로 작업은 사고 발생 후 1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준비 단계다.
일본 언론이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앞두고 선보인 후쿠시마 제1원전 관련 다양한 특집기사에서 공통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폐로의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폐로 자체는 물론이고 폐로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오염물질을 처리하고 관리하는 것이 모두 난제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당장의 과제로 떠오른 것이 오염수 문제다.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 주변에서는 용융된 핵연료 찌꺼기(데브리)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고농도 오염수가 계속 생기고 있다.
2051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폐로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오염수 발생은 불가피하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현재 하루 140t가량씩 불어나는 이 오염수를 핵 물질 정화 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처리해 탱크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현재 124만t에 달하는 이 처리수는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을 함유하고 있다.
또 일부 방사성 물질의 오염 농도가 법정 기준치를 초과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계속 늘어나는 오염수를 무한정 보관할 수 없는 점과 향후의 본격적인 폐로 작업에 대비해 필요한 작업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해양 방류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류에 반대하는 지역 어민들과 주변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방류 결정을 내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오염수 처분과 맞물려 가는 폐로 작업은 원자로 건물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 반출과 격납용기 속의 데브리를 꺼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작업의 대상이 되는 1~3호기 가운데 1단계로 사용후핵연료 반출이 끝난 곳은 3호기뿐이고, 사용후핵연료 반출 후 이뤄지는 데브리 반출 작업에 대해선 격납용기 내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 천문학적인 사고 처리 비용…얼마로 불어날지 예측 불허
현재 하루 평균 4천 명가량 매달려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6년 12월 내놓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처리 비용 예상치에 따르면 폐로 과정에만 8조엔(약 84조원)이 든다.
또 주민 피해 배상에 7조9천억엔,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원전 주변 지역 제염에 4조엔, 오염물질 중간저장 시설 정비에 1조6천억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합친 사고 처리 비용은 총 21조5천억엔(약 225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폐로 기간이나 오염수 등의 처분 방법에 따라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경산성이 2016년 시산한 사고 처리 비용도 높은 방사선량 때문에 폐로 작업이 계속 난항을 겪는 현실과 오염 제거 비용이 불어난 것 등이 반영돼 애초 잡았던 11조엔의 2배 수준이 됐다.
오염수 처리 문제도 전체 비용의 크기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현재 124만t 규모로 불어난 오염수가 내년 말이면 보관 한계 용량(137만t)을 채우게 된다며 육상 보관을 계속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내놓은 방안의 하나가 물로 희석해 오염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춘 후의 해양 방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결국 일본 정부가 비용이 적게 드는 해양 방류를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공익사단법인 '일본경제연구센터'를 인용해 오염수(알프스 처리수) 속의 트리튬 제거 기술을 개발해 처리할 경우 약 40조엔이 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현재 8조엔으로 시산치가 나와 있는 폐로 비용은 총 51조엔 규모로 폭증하면서 사고 처리 비용 전체 액수는 81조엔(약 85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탱크를 활용한 육상 보관을 계속하면 연간 관리 비용으로 1천500억엔(약 1조6천억원)이 들 것이라고 고바야시 다쓰오 일본경제연구센터 주임연구원은 지적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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