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에 줄 당근 공직자가 꿀꺽?…수술 불가피한 토지보상 제도

입력 2021-03-11 16:34   수정 2021-03-11 16:35

원주민에 줄 당근 공직자가 꿀꺽?…수술 불가피한 토지보상 제도
단순 투자자-원주민 보상 차등화해야 여론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3기 신도시에 대한 공직자 땅 투기 의혹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공공주택사업 토지보상 제도의 대폭 개선이 불가피하게 됐다.
일정 구역을 지정하고 전면 정비하는 방식의 신도시 정책을 추진하려면 기존 주민과 토지주는 땅을 감정평가액 수준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렇다 보니 토지 보상을 둘러싸고 원주민이나 토지주의 반발이 나오지 않는 택지가 없고 때로는 이들의 반대로 사업이 차질을 빚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원주민과 토지주를 달래기 위한 다양한 '당근책'이 나왔는데, 되돌아보니 이 당근을 토지보상 실무지식으로 무장한 LH 직원들이 파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11일 3기 신도시 공직자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토지보상 제도 등 주택 공급 정책 전반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도시 등을 개발하면 기본적으로 토지 자체와 그 토지 위에 지어진 시설물이나 농작물 등 '지장물'에 대한 보상이 이뤄진다.
그 기준은 정부가 신도시를 발표하는 당일인 '공람공고일'이다. 그 이전부터 땅을 소유하고 있어야 보상 대상이 된다.
현금으로만 보상을 하려니 재정적 부담도 되고 무엇보다 이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재유입돼 집값을 올릴 수 있어 돈 대신 다른 땅으로 보상하는 대토(代土)제도가 고안됐다.
우선 공람공고일 기준으로 1년 전부터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면 상가주택을 지을 수 있는 '이주자택지'를 받을 수 있다.
토지를 1천㎡ 넘게 보유한 외지인에는 보상에 적극 협의하면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협의양도인택지'를 제공한다. 정부는 작년엔 협의양도인택지 대상자를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으로도 편입시켜줬다.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면 상가부지인 '생활대책용지'를 조합 결성을 통해 얻게도 해준다.
이 외에도 각종 이주대책, 생활대책 등이 이뤄진다. 나무를 심었다면 그 나무를 옮겨심는 비용을 대 주는데, 이번에 적발된 LH 직원들은 현업이 있으면서 농사를 짓겠다고 산 땅에 왕버들 등 묘목을 잔뜩 심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LH 등 토지개발 업무를 맡은 공공기관 종사자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내부 정보를 입수하고 직간접적으로 개발 예정지 토지를 선취매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특히 LH 일부 직원들은 광명 시흥 신도시 토지를 교묘히 1천㎡ 남짓씩 나눠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들이 협의양도인택지나 아파트 특공을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주자택지나 협의양도인택지 등 현금 보상 외 다른 수단에 대해선 현지에 실제로 오래 산 원주민과 단순히 소유권만 갖고 있는 토지주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서는 아예 단순 토지 보유자는 협의양도인택지 등의 보상 대상에서 빼자는 방안이 제시됐고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좋은 의견"이라며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원주민도 실제로 해당 지역에 얼마나 거주하면서 생산 활동 등을 해 왔는지 따져 그 기간에 비례해 보상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정부는 이와 같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로 공직자나 LH 등 개발 사업과 관련된 공기업 직원 등은 대토보상 등의 대상에서 제외될뿐더러 아예 토지 투자가 사실상 금지된다.
사실 정부는 최근엔 오히려 어떻게 하면 대토보상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에 골몰해 온 것이 사실이다.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수십조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려 시장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초엔 수도권 협의양도인택지 공급 대상 토지 면적을 1천㎡에서 400㎡로 줄이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내놓았고 대토리츠를 활성화해 토지소유자가 공동으로 아파트 사업을 벌이도록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논란 때문에 이와 같은 대토보상 장려책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토지보상 제도와 관련한 여러 우려가 제기돼 제도 개선 방안을 다양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람공고일 이후 지구지정까지 간격이 너무 많이 벌어져 그 사이에 가건물을 급조하거나 급히 나무를 심는 등 더 많은 보상을 노린 행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통 지구지정 시점이 되면 토지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 등이 본격화되는데, 최근에는 공람공고부터 지구지정이 될 때까지 1년 가까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례로 부천 대장의 경우 2019년 5월 7일 공람공고가 이뤄졌지만 1년이 넘은 작년 5월 27일에야 지구지정이 이뤄졌다. 남양주 왕숙과 인천 계양, 하남 교산은 한날인 2018년 12월 19일 발표됐고 이듬해 10월 15일 각각 지구지정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정평가사는 "과거엔 공람공고와 지구지정까지 텀이 길지 않았지만 요즘은 주민 의견수렴 등 절차가 많아져 지구지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사이에 보상을 노린 투기수요가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LH 등 보상 업무 담당자들도 정확한 보상을 위해 항공사진을 대조하거나 다양한 탐문 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전기·수도·통신 이용 현황까지 따지는 등 나름 대처하고 있다.
토지보상·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현재는 토지 보유 기간에 따른 혜택이 차별화되지 않아 투기 수요가 급하게 유입될 수 있다"며 "정부는 토지보상에 물리는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투기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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