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벼랑 끝에 내몰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연주자들

입력 2021-03-16 16:12   수정 2021-03-16 16:14

코로나에 벼랑 끝에 내몰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연주자들
생활고에 악기까지 처분…1년 사이 연주자 10% 은퇴, 40%는 뉴욕밖 이사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예술인들의 삶도 벼랑에 몰렸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연주자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연 중단 탓에 작년 4월부터 거의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직장을 찾아 극장을 떠나고 악기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지난 1년 사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의 단원 97명 가운데 10명이 은퇴했다.
매년 평균 2∼3명이 메트로폴리탄 극장을 떠났던 과거와 비교하면 은퇴자가 대폭 늘었다.
또 단원의 약 40%는 주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뉴욕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제1바이올린의 수석 연주자인 벤자민 보우맨(41)은 가족을 데리고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거주지를 옮긴 뒤 그곳 오케스트라에서 임시직을 얻었다.
바순 연주자 에번 에피파니오(32)는 작년 6월 뉴욕을 떠나 미국 중서부로 이동한 뒤 부모님 집과 처가를 오가며 지내고 있다.
그는 "경력이 정점인 시점에 처가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나는 잘하는 게 한 가지뿐인 사람인데 지금은 그것조차 할 수 없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35년 동안 활동한 베테랑 더블베이스 연주자 제리미 맥코이(57)는 작년 5월 은퇴했다.
맥코이는 "조기 은퇴를 생각해왔지만 이렇게 이른 시점은 아니었다"고 아쉬워했다.
생계를 위해 분신처럼 아끼던 악기를 처분해야 하는 연주자의 슬픔도 크다.
첼리 연주자 조엘 노예스(41)는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19세기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첼로 활을 팔 것이라고 밝혔다.
노예스는 소중한 활과 결별할 상황에 대해 "포뮬러1(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경주용 차 페라리를 몰다가 갑자기 트랙에서 도요타 캠리(일본 자동차 브랜드)를 운전해야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일부 연주자들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온라인 교습에 나서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코로나19 사태로 작년 3월 12일 문을 닫았고 그 다음 달인 4월에는 연주자와 합창단원을 포함한 직원 대부분에게 무급휴직을 줬다.
오페라극장이 언제 다시 문을 열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연주자들을 더욱 암울하게 한다.
뉴욕은 코로나19 변이 등으로 미국에서 전염병 피해가 심각한 지역으로 꼽힌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측은 작년 4월부터 공연 중단으로 1억5천만 달러(약 1천700억원)의 재정적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오페라 측은 장기적으로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연주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미 많은 오케스트라가 코로나19 여파로 연주자들과 임금 삭감에 합의했다.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자들은 2025년까지 25% 삭감된 기본급을 받게 된다.
음악계의 유명 인사들은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의 위기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탈리아 출신의 음악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9)는 올해 초 "예술계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같은 위대한 오케스트라가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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