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게임인] VR이 심상찮다…게임사 대표들이 본 VR의 미래는

입력 2021-03-20 08:00   수정 2021-03-24 16:50

[이효석의 게임인] VR이 심상찮다…게임사 대표들이 본 VR의 미래는
"VR 체험공간 위주 정부 지원책은 실패…올해 소비 시장 본격 열려"
"무선 올인원 기기가 표준…가상 공간, 무한한 확장 가능성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가상현실(VR) 게임 시장이 심상치 않다.
특히 페이스북이 최근 출시한 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가 국내에 물량이 풀리는 족족 완판되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이 지난달 초 오큘러스 퀘스트2 국내 판매를 시작하자 닷새 만에 약 1만대가 팔렸고, 이달 2∼3차 판매로 풀린 수천대도 반나절도 안 돼 매진됐다.
VR 게임 개발사인 미라지소프트의 안주형 대표, 픽셀리티게임즈의 이대원 대표를 만나 '대박 조짐'을 보이는 VR 게임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미라지소프트는 2019년 출시한 VR 낚시 게임 '리얼 VR 피싱'(Real VR Fishing)을 주력 삼고 있는 VR 게임 스타트업이다.
현실감 있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은 오큘러스 퀘스트 스토어에서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매출 300만달러를 돌파했다.
안 대표는 VR 공간에서 가상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볼 수 있는 앱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사람이다. 이 앱을 오큘러스에 팔면서 2013년 오큘러스에 합류했고, 이듬해 오큘러스가 페이스북에 인수되면서 페이스북에서도 일했다.
안 대표에게 북미와 국내 VR 시장의 차이를 묻자 그는 "한국은 초기 정부 지원책이 VR 체험 공간 확대에 있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짚었다.
지금도 복합쇼핑몰 등에서 VR 아케이드(오락실)를 볼 수 있다. VR 전문가들은 헤드셋을 써야 하는 VR이야말로 '가장 개인적인 기기'인데, 다중 이용 시설에서 체험용으로 VR을 확산한 게 초기 정부 지원책의 패착이었다고 지적한다.
이용자층을 넓히지 못한 VR 오락실 시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저물고 있다. 공간을 운영하는 업주는 물론 오락실용 VR 콘텐츠를 만들던 회사들도 어려워졌다.
안 대표는 "해외도 다를 바 없었다. VR 아케이드 선발 주자인 '샌드박스VR'이 파산 직전 위기를 겪었다"라며 "우리가 휴대전화를 공유하지 않는 것처럼 VR도 철저히 개인용인데, 목적에 맞지 않게 접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업계에서는 VR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봤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비대면 여가 활동이 폭증하면서 어둡던 VR 게임 시장에 볕이 들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VR 플랫폼은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 밸브(Valve)의 스팀(Steam) VR, 그리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 VR이다.
밸브는 콘텐츠가 많고 VR 기기 성능이 좋지만 15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고 PC에 유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PS VR은 PS 콘솔 본체가 있어야 한다.
이러던 중 페이스북이 299달러(한국에서는 41만4천원에 판매)라는 저렴한 가격에 '무선 올인원(단일 기기)'으로 오큘러스 퀘스트2를 내놓으면서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안 대표는 "최근 퀘스트2 2차 물량은 4분 만에 매진됐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VR을 외면했던 게 아니라, 사실 좋은 경험에 목이 말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퀘스트2가 전 세계에 400만∼500만대는 풀렸다고 보고 있으며, 올해 최소 1천만대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거라고 예상한다"며 "페이스북도 우리 같은 개발사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어 조만간 VR 생태계(ecosystem)가 구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픽셀리티게임즈는 2017년 설립된 온라인 VR 게임 개발사다.
이대원 픽셀리티게임즈 대표는 자신이 라이브액션팀장으로 일했던 넥슨의 대표 IP인 '다오배찌' IP를 활용한 VR 게임 '크레이지월드 VR'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정부가 VR을 진흥하겠다면서 체험 아케이드 위주로 접근했던 방향이 아쉬웠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프라인 VR 체험 공간 사업은 콘텐츠 개발사를 위한 게 아니었고, 누구에게도 수익이 돌아갈 수 없는 구조였다"며 "북미도 마찬가지였지만, 다른 점은 한국은 아케이드에 '몰빵'했고 북미는 아케이드에 투자하는 이상으로 콘텐츠에 투자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VR에 투자 좀 해봤다는 분들도 대부분 아케이드나 시뮬레이터에 투자했던 것이고, 당연히 결과가 안 좋았기 때문에 투자업계의 VR 인식이 부정적이었던 것"이라며 "이제 VR 컨슈머 마켓이 열렸으므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2가 "VR 기기의 표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퀘스트2는 앞으로 발전할 VR 기기의 기본적인 모습"이라며 "픽셀리티게임즈는 처음부터 퀘스트2 같은 올인원 무선 온라인 기기를 타깃으로 기술력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이 대표는 페이스북이 개발 중인 VR 커뮤니티 '호라이즌'(Horizon) 같은 VR의 소셜 기능 역시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최근 가상 공간에서 여러 세계관을 즐기는 '메타버스'가 화두인데, VR은 메타버스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라며 "미라지소프트도 최종적으로는 '가상 사회'(virtual society)를 구축해 실제 삶에서 부족한 영역을 가상에서 채우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크레이지월드 VR'을 전 세계 게이머가 한 공간에서 교류하면서 게임을 즐기도록 구성했다"며 "가상 공간은 머지않아 그 자체로 하나의 실존하는 세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자 주 = 게임인은 게임과 사람(人), 게임 속(in) 이야기를 다루는 공간입니다. 게임이 현실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두루 다루겠습니다. 모바일·PC뿐 아니라 콘솔·인디 게임도 살피겠습니다. 게이머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립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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