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코로나 확산' 경계 목소리

입력 2021-03-28 15:40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코로나 확산' 경계 목소리
조직위 '철저 방지'에도 곳곳 밀집 상황…미 NBC 부정적 칼럼 게재
봉송 중 성화봉 내장 가스통 문제로 '꺼짐' 사고도 연발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올해 7월 23일 개막하는 2020도쿄올림픽을 향한 일본 내 성화 봉송이 28일 나흘째를 맞은 가운데 봉송 행사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논란이 일고 있다.
10년 전의 동일본대지진 피해를 극복해 다시 일어서는 부흥 메시지를 국내외에 전파하기 위해 대지진 당시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에서 지난 25일 시작된 봉송 릴레이는 이날부터 이틀간 도치기현에서 펼쳐진다.
후쿠시마현에 인접한 도치기현은 121일간 일본 전역의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을 도는 봉송의 2번째 무대다.
성화는 시계 방향으로 일본 열도를 누빈 뒤 7월 9일부터 개막식 전까지 도쿄 지역에서 마지막 봉송이 이뤄질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도쿄올림픽과 함께 1년 미뤄진 뒤 시작된 일본 내 성화 봉송은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서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어서 일본 안팎에서 비판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는 이를 고려해 봉송 행사를 통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감염 예방 대책을 철저히 이행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봉송 행사가 이미 일본에서 제4파(4차 유행) 양상을 보이는 코로나19 확산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면 올림픽 취소를 주장하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8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사흘간 성화 봉송 과정에서 주자를 보기 위해 관중이 몰리면서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어긋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특히 후쿠시마 시내의 마지막 주자로는 남녀 9명이 한 조로 나섰는데, 이들을 따라 길옆에서 함께 달리는 사람도 있었고 현청 앞 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주변에 더 많은 사람이 밀집했다.



조직위는 감염 방지 지침에 과도한 밀집 상황이 생기면 봉송을 중단한다고 명기해 놓고 있다.
또 밀집 사례로 '어깨가 맞닿을 정도'와 '충분한 간격을 두지 않고 여러 열로 겹쳐 있는 경우'를 들면서 경찰 협력을 얻어 모인 관중을 상대로 주의토록 해 해소되지 않으면 해당 구간 봉송 취소도 검토한다고 했지만, 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봉송 첫날인 지난 25일 후쿠시마현에서 33만 명으로 인구가 가장 많은 이와키 시내의 봉송 중에 어깨가 맞닿는 등의 밀집이 발생했다며 진행요원이 주변 사람과 간격을 두라고 요청했지만 밀집 상황이 풀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직위 측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우리가 정의(定義)한 밀집 상태는 아니었다"고 강변했다고 마이니치는 덧붙였다.
애초 대회 조직위가 '태풍으로도 꺼지지 않는다'고 자랑했던 성화봉의 성능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성화 봉송 이틀째인 26일 후쿠시마현 이타테무라(飯館村)에선 갑자기 불어닥친 강한 바람으로 불씨가 사라진 성화봉을 들고 달리는 사태가 빚어졌다.
꺼진 성화봉을 들고 뛴 50대 남성 주자는 "달리고 있을 때는 (성화봉을) 위쪽으로 들어 꺼진 줄 몰랐다"고 말했다.
대회 조직위는 불이 꺼진 이유로 성화봉에 내장된 가스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성화봉에 다시 불을 붙이는 해프닝은 봉송 첫날인 25일에도 2차례 발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1998년의 나가노(長野) 동계올림픽 때도 봉송 중인 성화가 꺼지는 문제가 잇따랐다며 이번 도쿄올림픽 성화봉은 태풍 수준의 비바람에도 꺼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도쿄올림픽 성화봉은 성능 외에 벚꽃을 바탕으로 한 복잡한 디자인과 일본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경량화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며 공기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디자인이 화근이 됐다고 연료장치 제조업체 관계자 말을 인용해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2020도쿄올림픽 방송권을 쥔 미 NBC가 지난 25일 뉴스사이트에 봉송이 시작된 성화봉의 불을 꺼야 한다는 제목의 전문가 칼럼을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올림픽 비사' 저자인 정치학자 줄스 보이코프는 이 칼럼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인 상황에서 성화 봉송은 올림픽의 화려한 행사를 위해 공중보건을 희생하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라며 "올림픽을 향해 돌진하는 일본 문제의 축소판"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성화 봉송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커지는 가운데 SNS 공간에선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내의 감염 확산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에서 전국을 달리는 봉송 행사를 펼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등의 부정적 의견과 더불어 '이미 시작한 이상 무사히 끝내길 바란다'며 봉송 계속을 지지하는 의견이 함께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도쿄신문은 코카콜라, 도요타자동차 등 봉송 후원 4대 기업이 주자 앞에 자사의 선전 차량을 배치해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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