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명 수용공간에 4천명 바글바글…미 이민자 시설 '마비 직전'

입력 2021-03-31 18:50  

250명 수용공간에 4천명 바글바글…미 이민자 시설 '마비 직전'
언론 접근 허용한 첫날 참상 전해져…"잘 공간 부족해 놀이시설 개조"
"밀수꾼들이 아이들 그냥 떨어뜨리고 가…지금은 오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30일(현지시간) 미국-멕시코 국경과 인접한 텍사스주 도나의 미성년 이민자 수용시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면 이 시설의 최대 수용인원은 250명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날 시설엔 4천명이 넘는 인원이 간신히 들어가 있었다. 이 중에는 4개월 된 유아를 비롯해 어린이가 3천명이 넘었다. 대다수는 보호자 없이 혼자였다.
미국 정부가 국경 이민자 수용시설에 언론 접근을 허용한 첫날 AP 통신 등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놓인 이곳의 실상을 전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중미 출신 밀입국자가 급증하면서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
미 국경순찰대는 최근 30일간 하루 평균 5천명의 등록되지 않은 이민자가 몰려왔다고 밝혔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 16일 미국에 입국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가 20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당국은 성인 이민자는 대체로 추방하지만, 혼자서 밀입국하는 어린이는 고국에 돌려보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시설은 홀로 남겨진 어린이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플라스틱 벽으로 나뉜 8개 공간에서 지내고 있었다. 각 공간의 넓이는 약 297㎡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방역 지침에 따르면 32명씩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취재진이 입장한 공간 3곳엔 모두 500명 이상씩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고도 자리가 부족해 실내 놀이시설을 취침 공간으로 개조됐다.
총 2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4천명에 달하는 이들이 갇힌 셈이다.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은 발열 여부와 심리상태 등 기초적인 건강 진단을 받은 뒤 지문채취, 사진 촬영, 미국 내 친척 연락 등의 절차를 거친다.
미 보건복지부는 접수를 마친 이들을 친척 등 후원자나 보호시설로 옮기는데, 이 과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해 수용시설 과밀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AP 통신은 설명했다.
국경순찰대 내부규정은 수용시설 입소자를 3일 이내에 내보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 3일 이상 지낸 아이가 2천명이 넘고, 39명은 15일 이상 장기입소 중이다.
라울 오르티즈 국경순찰대 부대장은 "밀수꾼들이 아이를 국경 인근에 그냥 떨어뜨려 놓고 간다"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 시설은 며칠 이상 묵을 수 있도록 설계된 곳이 아니다"라면서 아직도 국경을 향해 오는 이민자 행렬을 향해 "지금은 오지 말라"라고 당부했다.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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