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전쟁 713일만에 종지부…시작부터 극적 합의까지

입력 2021-04-11 10:03   수정 2021-04-11 12:34

LG·SK 배터리 전쟁 713일만에 종지부…시작부터 극적 합의까지
LG 직원들 SK로 집단 이직 이후 SK 폭스바겐 수주가 결정적 계기
영업비밀 침해 사건 LG 승리…SK '미국 철수' 카드에 미 정부 중재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이 벌인 전기차 배터리 분쟁이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 합의로 끝났다.
자사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집단 이직하며 기술이 탈취됐다고 본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제기한 지 713일 만이다.
지난 2년간 법정 공방과 여론전을 치열하게 벌이며 평행선을 달려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분쟁 장기화 부담과 미국 및 우리 정부의 합의 요구에 전격적으로 합의를 도출했다.

양사 배터리 분쟁의 시발점은 2017년∼2019년 LG화학[051910]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한 것이다.
당시 LG 직원 100여명이 SK로 이직했는데, LG 측은 배터리 사업 후발주자인 SK가 자사 직원들을 노골적으로 빼갔다고 의심했다. 단기간에 대규모 인력이 SK로 넘어가면서 핵심 기술을 의도적으로 유출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2018년 말 폭스바겐의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수주를 따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LG는 "이직한 전 직원들이 폭스바겐 관련 제품·기술을 다루는 곳에서 일했으며, 기술 탈취를 통해 폭스바겐 수주를 땄다"고 주장했다.
이에 2019년 4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SK는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정상적인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했으며, LG 출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옮겨왔다고 반박했다.
ITC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시작된 이후 양사는 국내외에서 확전을 이어갔다. LG화학은 2019년 5월 SK이노베이션을 경찰에 고소했고, SK이노베이션은 6월 서울중앙지법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양사는 그해 9월 ITC에서 서로를 상대로 특허침해 사건을 제기했다. 한때 LG화학 신학철 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 사장이 회동을 통해 접점을 모색하기도 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하고 무산됐다.

LG화학이 지난해 2월 배터리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먼저 점했다. ITC가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LG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SK이노베이션이 조기에 패소하는 예비 결정을 내리면서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사건이 시작된 이후 고의로 문서를 삭제하는 등 고의적 증거 인멸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종 결정은 지난해 10월 예정이었다가, 3차례 연기 끝에 올해 2월 10일 나왔다. 그 사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독립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SK이노베이션이 패배할 경우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수 있어 ITC가 일부 조건부 결정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었으나 결과는 LG의 완승이었다.
ITC는 SK의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인정하면서 SK에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 조치를 결정했다. SK의 조지아주 공장 건설을 비롯한 미국 사업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ITC 결정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결정 시한은 60일이다. 지난 두 달간 SK이노베이션은 수입금지 조치가 무효화하지 않으면 미국 사업을 철수할 수 있다고까지 배수진을 치며 거부권 행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LG에너지솔루션도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SK의 거부권 주장을 일축하며 방어전을 펼쳐왔다. 양사는 미국 행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치열한 로비전을 벌였고, 미국 산업계와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표했다.
미국 대통령이 ITC의 영업비밀 침해 관련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고,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한 터라 이번 사건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자국 중심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 등을 추진하는 바이든 정부는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미국 정부가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합의하라고 밝힌 바 있다.
ITC 최종 결정 이후에도 양사는 협상의 문은 열어뒀다. LG는 배상금 지급 방식 등은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LG 측은 배상금 3조원 이상을, SK 측은 1조원 수준을 제시하며 금액 규모 자체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SK는 영업비밀 침해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으로, 거부권이 불발되더라도 항소를 통해 분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승리했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완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연내 상장을 앞둔 가운데 전기차 화재 관련 악재를 맞닥뜨린 데다, 특히 지난 1일 ITC가 특허 침해 사건에서는 SK의 손을 들어주는 예비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 중국 등 외국 업체들이 어부지리로 이득을 볼 것이라는 업계 안팎의 지적도 LG 측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행정부가 LG, SK와 꾸준히 접촉하며 중재를 한 끝에 주말 사이 전격 합의가 타결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합의로 양사의 배터리 분쟁은 사실상 끝났다. ITC에서 특허 침해 소송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이날 합의에 따라 영업비밀 침해의 파생 분쟁인 특허 침해 소송은 취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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