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베네수엘라, 연료난에 트랙터 대신 소로 밭갈이

입력 2021-04-29 03:50  

'산유국' 베네수엘라, 연료난에 트랙터 대신 소로 밭갈이
휘발유 이어 경유 부족도 심화…산업계, 정부에 대책마련 촉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산유국 베네수엘라의 극심한 연료난이 이어지고 있다. 휘발유에 이어 경유 부족도 심화해 농기계를 돌리기도 어려워져 더 큰 식량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농업계와 제조업계, 유통업계는 이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향해 경유 부족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호소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주 72시간 이내에 경유 생산을 늘릴 계획을 제출하라고 석유장관에 지시했으나 아직 아무런 대책도 공개되지 않았다.
농민단체 페데아그로는 농기계 연료가 없어 제때 농작물을 수확하지 못하면서 콩 수확량이 3분의 1가량 줄었으며, 사탕수수 40만t이 수확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고 말했다. 벼와 옥수수 파종 시기도 다가오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조업계 등도 연료난 탓에 물가 상승과 제품 품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남미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유국이다.
그러나 석유산업 쇠퇴로 한때 최대 일 300만 배럴에 달했던 석유 생산량이 최근 50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하고 정제 능력도 떨어져 자국내 연료 수요를 충당하기에도 부족해졌다.
야권 등은 국영 석유기업의 오랜 부실 경영과 부패, 불충분한 투자 등을 연료난의 원인으로 꼽는다. 반면 마두로 정권은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 탓이라고 비난한다.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의 행렬은 이제 베네수엘라에서 익숙한 풍경이 됐다.
그나마 농업과 운송 등에 주로 쓰이는 경유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미 제재의 적용을 받지 않았으나, 지난해 11월 미국은 이 같은 예외를 더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자국 생산 경유로만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베네수엘라는 그동안 원유와 경유를 맞교환해 왔는데 이러한 거래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경유난은 당장 농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베네수엘라 메리다 지역의 농부 알폰소 모랄레스는 요즘 트랙터 대신 소를 이용해 밭을 갈고 있다. 지금까지는 트랙터가 들어갈 수 없는 산악지역에서만 소가 대신 밭을 갈았는데, 이젠 평지에서도 소가 트랙터의 임무를 대신한다.
모랄레스는 AFP통신에 "트랙터로는 1헥타르의 밭을 가는 데 5시간이면 되지만 소를 이용하면 3∼4일이 걸린다"며 "200년쯤 후퇴했다"고 한탄했다.
경유 부족으로 인한 농업 차질은 식량난으로 직결될 것으로 우려된다.
오랜 경제난 속에 베네수엘라의 식량 위기가 심화하자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베네수엘라 어린이 18만5천 명에게 점심을 지원해주기로 한 바 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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