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총리로 향하는 코로나 민심 분노…'철옹성 위상' 흔들리나(종합)

입력 2021-05-01 18:40  

모디 총리로 향하는 코로나 민심 분노…'철옹성 위상' 흔들리나(종합)
확산세 와중 유세·힌두교 축제 방치 등에 비판…SNS선 사임 요구까지
로이터 "이중 변이 바이러스 우려 관련 과학자 경고도 무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인해 국가적인 재앙 상황을 맞으면서 강력한 지지 기반을 자랑하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위상에 균열이 생기는 조짐이다.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은 지난달 30일 최근 인도의 심각한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전하며 모디 총리를 향한 민심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는 2019년 총선에서도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등 큰 인기를 얻어왔다. 인구 다수인 힌두교도는 모디 총리가 내세운 힌두 민족주의와 강력한 카리스마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워싱턴포스트는 모디에 대해 지난 50년 간 가장 강력한 총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모디 정부의 실책에 국민의 실망감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라는 게 이들 언론의 분석이다.
인도 아쇼카대 정치학자인 비나이 시타파티는 워싱턴포스트에 모디 총리의 기존 이미지는 이제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좌파 성향의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의 지금 상황은 인도주의에 대한 범죄"라며 모디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민심의 분노는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로 꼽힌 지방 선거 유세와 힌두교 축제에 대한 모디 총리의 태도에 모아졌다.
모디 총리는 최근까지 몇 달 동안 웨스트벵골주, 타밀나두주 등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유세를 펼쳤다.
이들 지역은 인도의 정치적 거점으로 모디 총리 외에도 여러 여당 거물들이 지역을 누비며 유세를 이어갔다.
유세장마다 대규모 '노마스크' 인파가 몰려들었고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채 밀집한 상태로 행사에 참여했다.
나브조트 싱 다히야 인도의사협회 부총재는 "보건 공무원은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했지만 매일 밤 모디 총리는 TV에서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모디 정부는 이런 큰 비극 속에서 사람들을 계속 잘못 이끌었고 이제 국민은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산소가 아니라 연설을 멈추라'(Stop the speech, not the oxygen), '모디 사임'(ModiResign)이라는 해시태그가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열린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에 대한 모디 총리의 태도도 비난받았다.
힌두교 신자들은 쿰브 멜라 축제 기간 강물에 몸을 담그면 죄가 사라지고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쉬워진다고 믿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밀듯 밀려들었다.
입수(入水) 길일에는 하루 최대 수백만 명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야권 등에서는 모디 총리가 이 축제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것은 축제의 배경이 힌두교이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중 변이 바이러스(공식 명칭은 B.1.617)에 대한 과학자들의 경고도 정부가 무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정부가 만든 과학자 자문 그룹인 INSACOG는 지난 3월 초 이중 변이 바이러스 발생과 관련한 심각성을 보건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알렸지만 정부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부는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확산 억제를 위한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도입하지 않았고, 3월 하순 이중 변이 바이러스 발견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국민에게 과학자들의 심각한 우려 목소리를 전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중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강하고 인체의 면역 반응 시스템까지 피해 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도 코로나19 확산세의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세계의 백신 공장'이라고 불리는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 백신 부족 현상이 빚어지는 등 백신 접종이 기대만큼 빨리 진행되지 않는 점도 모디 총리에게 부담이다.
의료용 산소, 병상 등 의료 인프라를 제때 구축해 이번 사태를 조기 진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소와 의약품 부족 등으로 확진자 동생을 잃은 아자이 굽타도 가디언에 "연방 정부는 내 동생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디언은 컨설팅 업체의 자료를 인용해 최근 모디 총리의 인기가 집권 후 최저치인 67%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여론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모디 총리는 최근 라디오 연설에서는 "인도가 감염의 폭풍에 흔들리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도 모디 총리의 정국 장악력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여당 인도국민당(BJP)이 연방 의회를 완전히 주도하는 상황에서 전국 28개 주 가운데 여권 연합에 의해 장악된 곳이 17개 주에 달하기 때문이다.
개표 결과 발표를 앞둔 일부 지방 선거에서도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야당 텃밭이던 웨스트벵골주의 경우 출구 조사 결과 절반 가까이 의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도 인구의 80%가 힌두교도라는 점도 모디 총리의 든든한 정치적 자산으로 여겨진다.
모디 총리의 인기도가 67%로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이 수치 자체는 아직도 높은 편이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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