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샵 아프리카] 남아공서 만난 한반도 DMZ

입력 2021-05-15 08:00  

[샵샵 아프리카] 남아공서 만난 한반도 DMZ
아프리카 첫 DMZ 프로젝트 전시회 열려…코로나에 일부 공수, 대부분 원격 주문 제작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한반도의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남북 분단의 현장 비무장지대(DMZ)를 만났다.
지난 13일 남아공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 근교 니록스 조각 공원에서 '리얼 디엠지(Real DMZ)' 프로젝트 전시가 '실수의 여지'(Margins of Error)라는 주제로 열렸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주남아공 한국대사관 등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인 관계로 한국 김선정 큐레이터 등이 이메일과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원격 주문 제작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일부 사진 작품 등은 외교 행낭 등을 통해 공수해 오고 패널을 남아공 현지에서 만들어 붙이는 식으로 마련됐다고 한다.
아프리카 최초인 DMZ 작품 전시는 지난 8일부터 일반을 대상으로 이미 시작해 7월 말까지 진행되는데 첫 주말에 벌써 1천명의 관객이 다녀갔다고 한국대사관 손보영 실무관이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면 통상 주말에 약 2천 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입구에서부터 DMZ 주변 군 기지와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한국군 패널 대형 사진 등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남아공에서 DMZ를 다시금 경험하게 했다.

이날은 한국대사관 초청으로 한인회 및 남아공 한국전참전용사협회 임원뿐 아니라 정부 관리, 예술계, 금융계 인사 등 약 90명이 함께 해 현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어가며 조각 작품 등을 야외에서 돌아다니며 감상했다.
한국 측과 연락을 담당하며 행사를 기획한 앤 로버츠는 "2017년 초청을 받아 방한해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라면서 "김선정 큐레이터와 의기투합해 남아공에도 한국 관련 전시를 하자고 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실수의 여지'라는 주제로 했느냐는 물음에 현지 공동 큐레이터인 제시카 두차는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역사적으로 DMZ도 미국과 구소련이 38선을 그은 남북 분단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 같지만 이를 남북간 용서와 화해 속에 희망으로 재연결하는 여지가 있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디엠지 예술작품 현지 제작을 맡은 리슬 포트기터는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면 한국 작가들이 이곳에 와 상주하면서 작품을 만들었겠지만, 실제 올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오히려 지난 2개월 동안 서로 원격으로 열심히 소통하고 창의적으로 소재 등을 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정소영 작가의 '지각 구조의 기억'이라는 철제 구형 작품은 한국에서 3D(3차원) 스케치 프로그램 등을 주고 실제 제작은 이곳의 철공소와 같은 강철제조 프로덕션팀에 주문했는데 평소 일반 철제 구조물과 다른 예술작품을 만들게 되자 현장에서 흥분했다고 전했다.
'지뢰꽃'이라는 가든형 작품도 개념을 한국에서 가져오고 꽃을 피운 식물은 남아공 현지 자생종을 활용했다.


박철주 대사는 평화통일의 그날이 오면 남북간 DMZ가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작품 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돌라나 음시망 남아공 국제관계부 동북아·오세아니아 담당국장은 한-남아공 수교 30주년인 내년에 문화교류를 더 확대하자는 데 동의했다.
이번 디엠지 전시회는 당초 지난해 이곳에서 개최하려다가 록다운(봉쇄령) 때문에 못 한 모로코 작품 전시회도 겸해서 열렸다.


결과적으로 한국 작품과 남아공 작품, 모로코 작품이 함께 전시돼 한반도를 주제로 남북 아프리카가 같이 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고 행사 기획 측은 설명했다.
국경이라는 인위적 선이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구멍이 뻥뻥 뚫린 것처럼 도리어 얼마든지 창의적으로 도전하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DMZ도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건설적 완충지대이면서도 최근 탈북 북한 군인이나 월북자의 통로가 된 것을 보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마르코 미엘링이라는 독일 작가의 작품도 소개됐는데 철제 테두리를 잔디 바닥에 만든 것이다. 관람객에 그 안에 들어가서 자기 나름대로 공간을 활용해보도록 큐레이터가 권했다.
그리고 철제 나침반처럼 동서남북으로 표시한 것을 예로 들어 사방 공간의 의미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동의 자유가 제한됐지만 그래도 서로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했다.


예술의 힘은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던 관념을 되돌아보고 이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 대목이었다.
'원코리아'(One Korea)가 새겨진 복싱 트렁크를 입은 선수가 강펀치를 날리는 과거 남북간 권투 시합 장면에 관한 아크릴 드로잉 작품(최대진 작 '라스트 찬스')을 보고 관람객 에드워드 넷시불라마는 "우리 집 가전과 핸드폰은 다 삼성 제품인데 남북한이 하나되면 얼마나 잘하겠는가"라면서 세계가 남북의 화합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 관람객 쿠모와 룰라마는 "자연으로 일하게끔 하라"는 말처럼 인공이 아닌 자연화된 DMZ의 아이디어를 제시한 지뢰꽃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식민 지배 이전 아프리카와 한국은 초가지붕 집이 있는 것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생활 속 이쑤시개와 병뚜껑을 활용한 작품도 관람객들이 재미있어했다. 멀리서 보면 촘촘히 입체적으로 모여있는 이쑤시개가 벽에 걸린 모습이 마치 모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작가는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창의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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