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휴전으로 부족"…성지 동예루살렘 갈등 그대로
네타냐후, 정치생명 최대 위기 일단 탈출…바이든 중재 의지 변수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열흘 넘게 계속된 유혈 충돌을 전격 마무리했지만 이번 휴전이 해묵은 갈등의 종식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동예루살렘 성소를 포함한 핵심 문제들은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종교 갈등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 과정을 관통하는 피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팔레스타인 "근본 문제 미해결"…갈등 반복 불가피 시각
20일(현지시간) AP통신은 유엔총회에 참석한 리야드 알말키 팔레스타인 외무 장관이 이번 휴전과 관련, "200만 가자 시민들이 편안히 잠들 수 있게 됐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알말키 장관은 "세계는 예루살렘의 미래와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안게 됐다"며 "휴전 합의가 폭력을 유발한 근본 문제를 건드리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슬람의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을 포함해 동예루살렘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정착민을 몰아내고 예루살렘의 종교·문화적 다양성을 지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하마스 지도부가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로부터 성전산(Temple Mount)과 셰이크 자라 정책에 관한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근본적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알아크사 사원이 위치한 성전산은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3대 성지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일명 6일 전쟁) 중에 요르단의 일부였던 동예루살렘을 장악, 서예루살렘과 병합해 오늘날의 수도로 삼았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성전산은 현재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속하지만, 관리권은 1994년 체결된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평화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아닌 요르단이 주도하는 이슬람 종교재단 '와크프'(Waqf)에 주어졌다.
유대인과 기독교도들은 사원을 방문할 수는 있지만 사원 경내에서 기도할 수는 있는 건 무슬림들 뿐이다. 유대인들은 성전산 바깥쪽 서쪽벽에서만 기도한다.
이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결국 반복되는 양측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상정, 이를 지키기 위해 어떤 충돌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스라엘 역시 자위권을 내세워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 네타냐후, 정치위기 타개 노림수…바이든 중재 어디까지
게다가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 15년간 총리직을 수행해온 네타냐후는 최근 우파 연정 구성에 실패한 뒤 차기 정부 구성권을 중도파 주도의 '반(反) 네타냐후 블록'으로 넘기며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더욱이 그는 수뢰,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곧바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와 관련, 네타냐후의 측근들이 가자 공격을 그의 임기 연장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결국 이를 밀어붙였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역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공습을 이용한 측면이 있어 현재와 같은 갈등 사태의 공고화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중재 수위도 변수다.
결국 이번 휴전이 전격적으로 도출되기까지는 미국의 태도 변화 이후 이집트를 매개로 한 국제 사회의 숨 가쁜 중재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실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휴전 성사 직후 별도 담화를 통해 "나는 우리가 진전을 이룰 진정한 기회를 가졌다고 믿는다"며 인도주의적 지원과 갈등종식을 위한 협력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미국의 오랜 동맹으로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입장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 양측을 압박해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낼지는 아직 미지수인 게 사실이다.
다만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들이 이스라엘에 대해 줄곧 강도 높은 비판을 견지한 데다, 진보층 지지를 등에 업고 단결을 우선 가치로 내건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변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마지막 회담은 2014년에 열렸다. 이후 팔레스타인은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뒤 관계 중단을 선언했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네타냐후, 정치생명 최대 위기 일단 탈출…바이든 중재 의지 변수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열흘 넘게 계속된 유혈 충돌을 전격 마무리했지만 이번 휴전이 해묵은 갈등의 종식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동예루살렘 성소를 포함한 핵심 문제들은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종교 갈등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 과정을 관통하는 피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팔레스타인 "근본 문제 미해결"…갈등 반복 불가피 시각
20일(현지시간) AP통신은 유엔총회에 참석한 리야드 알말키 팔레스타인 외무 장관이 이번 휴전과 관련, "200만 가자 시민들이 편안히 잠들 수 있게 됐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알말키 장관은 "세계는 예루살렘의 미래와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안게 됐다"며 "휴전 합의가 폭력을 유발한 근본 문제를 건드리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슬람의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을 포함해 동예루살렘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정착민을 몰아내고 예루살렘의 종교·문화적 다양성을 지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하마스 지도부가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로부터 성전산(Temple Mount)과 셰이크 자라 정책에 관한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근본적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알아크사 사원이 위치한 성전산은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3대 성지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일명 6일 전쟁) 중에 요르단의 일부였던 동예루살렘을 장악, 서예루살렘과 병합해 오늘날의 수도로 삼았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성전산은 현재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속하지만, 관리권은 1994년 체결된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평화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아닌 요르단이 주도하는 이슬람 종교재단 '와크프'(Waqf)에 주어졌다.
유대인과 기독교도들은 사원을 방문할 수는 있지만 사원 경내에서 기도할 수는 있는 건 무슬림들 뿐이다. 유대인들은 성전산 바깥쪽 서쪽벽에서만 기도한다.
이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결국 반복되는 양측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상정, 이를 지키기 위해 어떤 충돌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스라엘 역시 자위권을 내세워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 네타냐후, 정치위기 타개 노림수…바이든 중재 어디까지
게다가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 15년간 총리직을 수행해온 네타냐후는 최근 우파 연정 구성에 실패한 뒤 차기 정부 구성권을 중도파 주도의 '반(反) 네타냐후 블록'으로 넘기며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더욱이 그는 수뢰,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곧바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와 관련, 네타냐후의 측근들이 가자 공격을 그의 임기 연장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결국 이를 밀어붙였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역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공습을 이용한 측면이 있어 현재와 같은 갈등 사태의 공고화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중재 수위도 변수다.
결국 이번 휴전이 전격적으로 도출되기까지는 미국의 태도 변화 이후 이집트를 매개로 한 국제 사회의 숨 가쁜 중재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실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휴전 성사 직후 별도 담화를 통해 "나는 우리가 진전을 이룰 진정한 기회를 가졌다고 믿는다"며 인도주의적 지원과 갈등종식을 위한 협력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미국의 오랜 동맹으로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입장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 양측을 압박해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낼지는 아직 미지수인 게 사실이다.
다만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들이 이스라엘에 대해 줄곧 강도 높은 비판을 견지한 데다, 진보층 지지를 등에 업고 단결을 우선 가치로 내건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변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마지막 회담은 2014년에 열렸다. 이후 팔레스타인은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뒤 관계 중단을 선언했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