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안은 미 '털사학살' 107살 생존자…'상처는 그대로'

입력 2021-06-01 11:13  

꽃다발 안은 미 '털사학살' 107살 생존자…'상처는 그대로'
100주기 잇단 추모 행사…학살현장 흙담아 보관, 촛불집회도 개최
"배상 문제 해결되지 않아…학살에 형사적 책임진 사람도 없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인종 폭력 사건으로 불리는 '털사 인종 대학살'(Tulsa Race Massacre) 100주기를 맞아 107살의 흑인 생존자가 후손들이 바치는 꽃다발을 품에 안았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작은 언덕인 스탠드파이프 힐에서 열린 100주기 추모 행사에서다.
털사 대학살은 1921년 5월 31일부터 이틀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시(市) 그린우드에서 백인 폭도들이 최대 300명의 흑인(2001년 오클라호마주 조사위원회 추정치)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다.
그린우드는 당시 '블랙 월스트리트'로 불릴 정도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흑인 동네였으나 이 사건으로 폐허가 됐다.
당시 7살이었던 생존자 비올라 플레처(107)와 그의 남동생 휴스 밴엘리스(100)는 휠체어에 탄 채 그린우드가 내려다보이는 스탠드파이프 힐에 올랐다.
이곳에서는 학살 사건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언덕의 흙을 6개 유리병에 담아 보관하는 의식이 열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생존자와 후손들은 100년 전 학살 사건 희생자를 엄숙히 추모했다"며 백인 폭도에 맞서 싸웠던 흑인의 "피로 한때 물들었던 흙이 유리병에 쏟아졌다"고 전했다.



털사 학살 희생자의 후손들은 흙을 담는 의식이 끝나자 플레처와 밴엘리스에게 꽃다발을 바쳤고 백발의 남매는 이 꽃을 고이 품어 안았다.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손뼉을 쳤고, 흰옷을 차려입은 흑인 무용수들은 아프리카 고유의 북소리에 맞춰 생존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공연을 펼쳤다.
이에 앞서 그린우드의 버논 AME 교회에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도의 벽' 예배가 열렸다. 이 교회는 100년 전 백인 폭도를 피해 흑인들이 대피했던 곳이다.
로버트 터너 목사는 "이곳은 한 번도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미국 역사상 최대의 범죄현장"이라며 '기도의 벽'이 "인종 갈등의 치유에 사용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오클라호마주와 털사 당국이 꾸린 100주기 추모위원회는 이날 저녁 별도의 촛불집회도 개최한다.
100주기 추모행사 참석자들은 생존자와 후손들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촉구했다.
실라 잭슨 리 연방하원의원은 "정의 실현과 배상 없이는 (학살 사건은) 치유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BC 방송은 "2001년 오클라호마주 조사위원회가 학살 사건 피해액이 거의 3천만달러(332억원)에 이른다고 했지만, 생존자나 후손에 배상금은 지급되지 않았고 어떤 사람이나 단체도 당시 사건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AP통신 등은 배상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털사 도심 재개발과 임대료 상승으로 흑인 영세 자영업자들이 쫓겨나는 경제적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학살의 상처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예정됐던 100주기 행사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인 추모 콘서트는 배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취소됐다.
100주기 추모위원회는 생존자 3명에게 10만 달러를 지급하고 200만 달러 규모의 배상 기금을 조성하는 안을 마련했으나 생존자와 관련 단체들이 거부했고 이 여파로 콘서트도 무산됐다.
콘서트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흑인 팝스타 존 레전드는 성명을 내고 "정의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하고 험난하다"며 "진실과 책임을 통해서만 화해로 가는 길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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