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발 미 전략수송기 '타이베이 착륙작전'…韓외교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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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07 12:56   수정 2021-06-07 16:31

오산발 미 전략수송기 '타이베이 착륙작전'…韓외교 시험대

오산발 미 전략수송기 '타이베이 착륙작전'…韓외교 시험대

병력·장갑차 등 투입 때 쓰는 C-17, 美의원 대만행 지원…中에 신속증원 능력 과시

한미정상 '대만' 첫 언급 직후 美 전략적 유연성 과시…"미국 '대중동맹' 청구서 내밀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자국 상원의원들의 대만 방문에 이례적으로 군의 대형 전략 수송기인 C-17(글로브마스터)을 공개 지원해 유사시 대만에 신속히 전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중국에 보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욱이 타이베이(臺北)로 향한 C-17의 이륙지가 주한미군 오산기지여서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 강화를 통해 대만 안보 위기 때 주한미군 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미중 신냉전을 배경으로 대만 문제가 미중 갈등의 에너지가 분출하는 열점으로 급부상 중인 상황에서 북한 문제를 최우선으로 여겨온 한국의 전통적 외교안보 전략이 심대한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7일 대만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태미 덕워스(민주·일리노이), 댄 설리번(공화·알래스카), 크리스토퍼 쿤스(민주·델라웨어) 연방 상원의원 3명은 전날 한국 오산기지에서 출발한 C-17을 타고 타이베이에 도착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등 대만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났다.

대만에서는 미국이 정부 관계자나 국회의원들의 해외 방문 때 일반적으로 제공되는 정부 전용기인 C-40 대신 전 세계로 병력과 전투 장비를 신속히 투사할 수 있는 대형 전략 수송기인 C-17을 보낸 것에 크게 주목했다.

보잉이 개발한 C-17은 최대 77t의 화물을 싣고 7천600여㎞를 비행할 수 있다. 전투 병력과 함께 M1 전차, 스트라이커 경전차, 아파치 헬기 등 대형 전투 장비를 실어 나를 수 있어 미군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신속히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전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군의 신속 증원 능력을 상징하는 C-17의 이례적 대만행은 중국에 보내는 선명한 경고음의 성격이 짙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국방전략을 짠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는 6일 일본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내년에라도 대만을 침공해도 이상하지 않다면서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일각에서는 만일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미국이 이를 막아낼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미국이 적어도 C-17의 이례적 대만 착륙이라는 공개 이벤트를 통해 '대만 수호' 의지를 안팎에 과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린잉유(林穎佑) 대만 중정대학 교수는 중앙통신사에 "비록 이번에 C-17이 미국의 의원들을 태웠지만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군이 긴급 수송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979년 수교 이후 미중관계의 역사에 비춰봐도 미국의 이번 행동은 상당히 과감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중 수교 이후 40여 년간 미 군용기가 대만에 착륙한 적이 일부 있기는 했지만 모두 의도치 않은 불시착을 했거나 재난 물자 지원, 외교관 환자 긴급 후송 등 목적에 국한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공개적인 무력 시위 성격이 짙은 이번 사례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과 대만이 C-17의 타이베이 도착 장면을 대대적으로 내외신에 공개한 것 역시 과거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던 태도와는 차이가 크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C-17의 '대만 착륙 작전'을 수립하면서 출발지로 한국의 오산기지를 정한 것에도 깊은 전략적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사실 그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미군은 이미 주한미군 전력 일부를 중국 견제 차원 작전에 투입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서서히 드러낸 바 있다.

과거 수십 년간 대북 감시에 투입되던 오산 기지의 U-2S(드래건 레이디) 고공정찰기는 작년 말부터 부분적으로 남중국해와 대만 일대 등까지 날아가 중국 견제 임무에 투입되고 있다.



미국의 이번 행보가 단순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도모 차원을 넘어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더욱 적극적으로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목적에서 정교하게 기획된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번 C-17의 오산발 대만 비행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사상 처음으로 '대만 문제'를 명기한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이 '약속에 따른 행동'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을 공개 언급하는 방향으로 우리가 합의를 해줬기에 미국이 이번에 청구서를 내민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한반도 중심의 대북 군사 동맹에서 세계적 차원의 포괄적 동맹으로 전환했을 때 우리가 어떤 의지를 가지더라도 한미 동맹이 대중 동맹으로 연결되는 측면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그만큼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할 때 과거보다 훨씬 많은 변수를 고려하면서 신중해야 한다"며 "외교 용어를 선택할 때 정책의 결과가 반드시 뒤따른다는 점을 명심하고 합의의 결과에 대해 충분한 고려와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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