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결산] ⑦ 대회 강행 스가, 힘겨운 완주…유권자 심판 남아

입력 2021-08-08 08:50  

[올림픽 결산] ⑦ 대회 강행 스가, 힘겨운 완주…유권자 심판 남아
코로나 폭증에 일본 선수 선전 퇴색…감염 확산 '올림픽 무관 vs 기폭제'
스가 지지율 추락…올가을 총선서 올림픽 강행에 대한 심판 이뤄질 듯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돌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일본 내의 격렬한 반대 여론 속에서 시작된 2020도쿄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8일 밤 막을 내린다.
이번 올림픽은 개최국 국민의 환영과 축하를 받지 못한 불행한 대회였다.
개막 직전까지의 여론 조사(아사히신문)에서도 일본 국민 중에는 개최에 반대(55%)하는 사람이 찬성파(33%)보다 훨씬 많았다.
대회 조직위 명예총재로 개회를 선언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조차도 '축하한다'는 표현을 버리고 '기념한다'고 했다.
반대 목소리를 낸 사람들은 올림픽을 매개로 코로나19가 한층 확산할 것을 걱정했다.
전염성이 강해진 인도 유래의 델타 변이가 급속히 퍼지는 상황에서 대회 참가를 위해 일본에 입국하는 전 세계 200여 곳 국가·지역 선수와 관계자를 통해 다양한 바이러스가 모일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또 대회 후에 이들 바이러스가 세계로 다시 퍼져나가면서 새 변이를 만들어 도쿄올림픽은 그야말로 '코로나 올림픽'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 실현을 계속 주장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개최를 강행해 지난달 23일 마침내 도쿄올림픽 성화대에 불이 붙었다.
코로나19의 대유행 초기인 작년 3월 대회 일정을 1년간 미뤄 놓고 그해 9월 물러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올림픽 유치와 개최 준비를 이끌고 그의 뒤를 이은 스가 총리는 한때 불가능한 듯했던 대회를 어렵사리 성사시켰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 속에서의 올림픽 개최를 반대한 사람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선수를 비롯해 이번 올림픽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온 많은 이들의 입장에선 개최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그것보다는 목숨이 더 소중하다는 주장이었다.
반대파의 대의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코로나19 속에서도 올림픽을 열어야 한다는 일본 내의 목소리가 약했던 것만은 아니다.
일부 우파 인사들은 나름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올림픽 개최에 전력투구하는 스가 총리에 힘을 실어주면서 국론을 갈라놓았다.



그런 대표적인 논객이 사사카와 요헤이(笹川陽平) 일본재단 회장이다.
그는 스포츠가 사람과 사회에 주는 힘은 무한하다며 인류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개최의 명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를 잘 치르면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사사카와 회장은 특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일본 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은 개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 약속한 '안전·안심' 대회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것이 올림픽을 유치한 나라의 책임이고, 도쿄 대회를 지지해 준 많은 나라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스가 총리가 도쿄올림픽을 강행할 수 있었던 데는 우파 논객들의 이런 지원 사격이 상당한 힘이 돼 줬다.



일본 대표팀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이번 홈그라운드 대회에서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려 국민 사기 앙양에 한몫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올림픽 시작 이후로 한층 심각해지면서 하루 신규 감염자가 1만 명을 넘는 날이 이어지는 바람에 일본 선수들의 선전이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림픽이 코로나19를 퍼뜨렸다는 의혹을 피하려고 약 1조원의 입장료 수입까지 포기한 채 무관중 개최를 단행한 일본 정부와 스가 총리는 최근의 확진자 폭증이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세계적인 현상으로, 올림픽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 코로나19 대책을 조언하는 오미 시게루(尾身茂) 전문가 분과회 회장 등 일부 전문가들은 올림픽으로 들뜬 사회 분위기 탓에 경계감이 느슨해진 것이 확산의 한 원인일 수 있다는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오가와 준야(小川淳也) 의원도 지난 5일 중의원 운영위원회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중에 '대운동회'를 열어 외출 자제 요청이 먹힐 리가 없다"면서 올림픽 개최가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는 취지로 정부 책임을 추궁했다.
자칫 무산될 수도 있었던 이번 도쿄올림픽을 두고 일각에선 '일본이기에 완주가 가능했다'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는 코로나19라는 역경 속에서 올림픽을 치러 집권 연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스가 총리 입장에선 오랜 가뭄에 단비처럼 달콤한 찬사다.



스가 내각 지지율은 도쿄올림픽 개회를 전후한 때의 주요 언론매체 여론조사에서 올림픽 강행과 코로나19 부실 대응이 악재로 작용해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올림픽 개최 후의 여론 풍향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의 지지율 추이는 향후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곧바로 스가 총리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중의원(국회 하원) 해산권을 쥔 스가 총리의 선택에 따라 시기와 방식이 다소 유동적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와 정권이 걸린 중의원 선거(총선)가 올가을에 치러질 예정이다.
코로나19 와중에 개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도쿄 올림픽은 이날 막을 내린다.
스가 총리 앞에는 이 올림픽을 강행한 것의 시비를 따지는 심판의 날이 곧 펼쳐진다.
심판의 주체는 유권자들이고, 스가 총리는 올림픽에 나선 선수의 입장이 되어 판정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유력 시사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지난 1일 시점에서 전체 지역구 정세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올가을 총선에서 스가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참패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가 총리가 올림픽 개최를 강행해 힘겹게 완주를 하긴 했지만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게 됐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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