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대만대표부 명칭변경 검토에 발끈…美는 대만과 안보회의(종합)

입력 2021-09-13 20:45  

中, 美 대만대표부 명칭변경 검토에 발끈…美는 대만과 안보회의(종합)
시진핑·바이든 통화에도 미중 '대만 갈등' 갈수록 심화
관영매체 "'하나의 중국' 원칙 포기하는 것…결전 준비해야"


(베이징·상하이=연합뉴스) 한종구 차대운 특파원 = 미국이 워싱턴 주재 대만 대표부의 명칭에 '대만'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은 '하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대만과 외교·안보 분야 비공개 고위급 회담을 열며 대만과 전략적 관계를 굳게 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전화 통화를 하며 서로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이 어디까지인지를 논의했지만 미중 신냉전의 가장 뜨거운 전선 중 하나로 부상한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격화하는 모습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관계에서 가장 민감하고 핵심 문제"라고 전제한 뒤 "중국은 이미 관련 매체의 보도 동향에 대해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미국이 대만 대표부의 명칭을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에서 '대만 대표처'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따른 반응이다.
중국 수교국은 사실상 대만의 외교공관임에도 대만 대신 수도인 타이베이(臺北)를 앞세워 '미국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처'라거나 '한국 주재 타이베이 대표부'라는 식으로 표기하고 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연합 공보(미중 간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를 지켜야 한다"며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처를 대만 대표처로 바꾸는 것을 포함해 어떠한 형식의 대만과의 공식 왕래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중미관계와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에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도록 대만관련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대만 대표부의 명칭을 변경할 경우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사례를 따라가는 '도미노 효과'를 우려해 중국이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반중 행보를 보이던 유럽 발트해 연안국가 리투아니아와 중국 간 외교 마찰이 격해진 것도 리투아니아 주재 대만 대표부의 명칭에서 촉발됐다. 리투아니아가 '타이베이 대표부' 대신 '대만 대표부'라는 이름을 허용하자 중국은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중국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를 돌려보내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최근에는 유럽의회 외교위원회가 EU의 대만 주재 대표부 역할을 하는 기관 명칭을 '타이베이 주재 EU 무역사무소'에서 '대만 주재 EU 사무소'로 변경하자는 내용의 보고서 초안을 통과시키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외 강경 목소리를 대변하는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3일자 사설에서 "미국과 대만이 명칭을 바꾼다면 그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일 시 주석과 7개월 만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신문은 이어 "미국이 이 문제를 계속 추진한다면 중국은 미국과의 결전을 준비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며 "리투아니아에 한 것보다 단호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적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며 외교적 조치를 넘어 경제적·군사적 조치도 언급했다.
신문은 "강대국을 무시하고 작은 나라만 처벌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리투아니아 사례를 언급한 뒤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나라의 수도에 대만 대표부가 생겨나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또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오만함과 싸우기 위해 대만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중국 전투기가 대만 상공을 비행하도록 해야 한다"며 "만약 대만이 발포한다면 대만 독립 세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대만 문제는 우리의 핵심 이익이라고 선언한 만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거친 반발에도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완전히 허물지는 않는다는 전제하에 최대한 대만과의 전략적 관계를 심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따르면 우자오셰(吳釗燮) 중국 외교부장과 구리슝(顧立雄)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이 이끄는 대만 외교·안보 당국 대표단이 지난 9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미국 당국자들과 연례 비공개 외교·안보 분야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미국과 대만은 매년 한 차례 비공개로 외교·안보 분야 고위급 회담을 열어왔는데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관련 회담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부터 미국 정부는 수십 년 동안 유지된 '하나의 중국' 원칙에 기반한 기존 정책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대만과 각종 관계를 한층 긴밀히 하면서 대만 문제는 미중 갈등의 최전선 중 하나로 부상한 상태다.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달리 다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전통적 미국의 외교 노선으로 복귀할 것을 기대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역시 큰 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만 적극 지지 노선을 계승하자 극렬히 반발하면서 대만을 향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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