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포용 아이콘서 범죄자 된 이탈리아 정치인 '중형'

입력 2021-10-01 18:37  

이주민 포용 아이콘서 범죄자 된 이탈리아 정치인 '중형'
불법 이주 교사 등 기소된 루카노 전 시장에 징역 13년형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주민 포용 정책의 '아이콘'으로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이탈리아 남부 소도시 시장 출신 정치인이 끝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남부 칼라브리아주 로크리 법원은 불법 이주 교사·횡령·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도메니코 루카노(63) 전 리아체 시장에게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징역 13년 2개월을 선고했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검찰 구형량(7년 11개월)의 두 배 가까운 이례적인 판결이다.
검찰이 제기한 다양한 혐의 가운데 어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루카노는 2004∼2018년 칼라브리아주의 작은 중세 마을 리아체 시장으로 재직하며 해외 이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지원한 정책으로 국내외의 찬사를 받았다.
임기 마지막 해 기준으로 2천 명 남짓한 주민 가운데 15%인 300명 이상이 이주민 출신이었을 정도다.
그는 특히 리아체 주민과 이주민 간의 혼인을 주선하고 이를 통해 이주민 여성에게 시민권을 주는 방식의 '동화 정책'을 펴 화제가 됐다.
'리아체 모델'로도 불린 이 정책은 고령화와 인구 유출 등으로 존폐 기로에 놓인 이탈리아 소도시의 부흥 모델로 관심을 모았다. 이에 힘입어 루카노는 2016년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대 지도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부메랑이 돼 그의 정치적 생명을 옥죄었다.
루카노는 재임 중이던 2018년 10월 무자격 이주민에게 체류증을 발급하는 등 이주민을 불법 지원한 혐의로 체포돼 가택연금에 처했고 시장직에서도 물러났다.
루카노 측은 법원 판결에 오류가 있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그의 변호인은 재판부가 검찰이 제기한 혐의 상당수를 유죄로 인정했다면서 "확보된 증거에 완전히 어긋나는 지나친 판결"이라고 반박했다.
루카노도 판결이 나온 직후 취재진에 "마피아 조직 척결에 평생을 바쳤고, 이주민·난민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 편에 섰는데 오늘 그 모든 게 끝장났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표했다.
그는 "마피아 범죄에도 이러한 판결이 나올지 궁금하다"며 재판부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시워치'(Sea Watch) 등과 같은 국제구호단체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주민·난민을 돕는 이를 범죄자로 취급한 부끄러운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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