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후 독재자' 루카셴코 CNN 인터뷰에 유체이탈 논란

'유럽 최후 독재자' 루카셴코 CNN 인터뷰에 유체이탈 논란
"인권 문제는 미국·영국이 더 심각하다" 주장
반체제인사 가혹행위 증거에는 부인 또 부인
야권인사 체포 위한 민항기 강제착륙에도 딴소리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해온 서방의 매체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제기돼온 모든 문제점을 부인했다.
도리어 인권 문제 등에서 미국과 영국이 더 심각하다면서 화살을 돌렸다.
2일 CNN에 따르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선에서 재선한 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거리로 나선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해 국제 사회의 공분을 일으켰다.
미국 등 서방국은 벨라루스의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했다.
벨라루스는 지난 5월 아일랜드 항공사인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자국에 강제 착륙시켜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와 그의 여자친구를 체포해 비난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은 당시 이를 규탄하며 벨라루스 관리들과 단체 등에 제재를 부과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강제 착륙 사건과 관련해 "당신의 우리 영공을 지나는 것을 두려워할지라도, 나는 당신의, 당신 회사의, 당신 국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공 비행을 하지 않는다면 괜찮다. 북극, 남극 항로로 날아라. 그것은 너의 권리이고 나는 너를 강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반체제 인사들을 상대로 한 가혹행위와 관련한 질문에 "나는 이것이 적절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원칙적으로 사과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CNN은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와 국제앰네스티를 인용해 일부 수감자들이 골절과 화상 등의 상처를 입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흙바닥에서 벌거벗은 채 누워서 폭행을 당한 수감자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루카셴코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나 미국이 유럽에 만든 기지 같은 구금 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면서 "우리의 구금 시설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영국이나 미국보다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참가자 중 한명으로 경찰의 총을 맞고 숨진 애슐리 배빗을 언급하면서 CNN 등 미국 언론이 이 사건에 침묵했다고 거짓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신이 코로나19를 보드카 한잔과 사우나로 막아낼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농담이었다면서 시민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루카셴코가 안전한 거리를 강조했지만, 민스크에서 만난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은 CNN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재빨리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한 젊은이는 CNN에 "여기는 벨라루스다. 경찰이 당신과 나를 체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등 양국이 서방에 맞서 공조를 강화하는 것과 관련, 루카셴코 대통령은 양국이 합칠 것이라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주권을 팔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필요하다면, 당신들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위한 군사 기지로 변모할 것"이라며 "당신 국가가, 어떤 국가가 우리를 공격할 것을 결정했다면 이를 분명히 알게 될 것이고 이는 비밀이 아니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