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시몬 페레스 겨냥 성추행 피해 폭로 잇따라

입력 2021-10-17 15:58  

노벨평화상 시몬 페레스 겨냥 성추행 피해 폭로 잇따라
페레스 대통령 재임시 사무원 "부적절하게 신체 만져…끔찍"
외교관 출신 전직 의원 "강제 키스 시도…다리 후들거렸다"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총리와 대통령을 지내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시몬 페레스(2016년 사망)를 가해자로 지목한 성추행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고 현지 일간 하레츠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레스 재임 당시 대통령실에서 고위급 사무원으로 근무했다는 한 여성은 전날 이스라엘 채널12 방송과 인터뷰에서 페레스 전 대통령이 한 차례 이상 자신을 성적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페레스가 자신을 벽으로 몰아세우고 부적절하게 신체 부위를 만졌으며, 저항해도 소용이 없었다면서 "그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오늘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증언은 불과 1주일 전에도 나왔다.
뉴욕 총영사까지 지낸 고위 외교관 출신의 전직 노동당 의원 콜레트 아비탈은 지난 7일 자 일간 하레츠와 인터뷰에서 1984년 페레스가 총리로 재직하면서 자신을 두 차례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아비탈 전 의원은 페레스가 당시 파리 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자신을 불러 정부 업무를 맡기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아비탈 전 의원은 논의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선 자신을 페레스가 문 쪽으로 밀고 갑자기 키스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아비탈은 "당시 나는 그를 밀쳐내고 방에서 나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또 페레스가 파리 방문 당시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숙소 호텔로 자신을 부른 뒤 방에 들어서자 침대 쪽으로 밀쳐 넘어뜨리기도 했다는 증언도 했다.
아비탈 전 의원은 "페레스는 당시 잠옷 바람이었다. 침대로 나를 밀쳤지만 나는 저항했고 곧 자리를 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라고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이런 사실을 같은 호텔에 묵고 있던 노동당 대변인 요시 베일린에게 알렸는데, 베일린 대변인은 놀라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1923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한 페레스는 20대에 정계에 입문한 뒤 평생을 신생국가 이스라엘의 부흥을 위해 일해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추앙받았다.
1984~1986년, 1995~1996년 두 차례 총리를 지냈고, 1977년 한때 총리직을 대행했으며 2007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은 선출직 국가수반인 대통령을 역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출범을 가능케 한 1993년의 오슬로 협정으로 그는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과 1994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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