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시바·MS도…'세계의 공장' 중국 떠나는 외국 기업들

입력 2021-10-22 05:31  

삼성·도시바·MS도…'세계의 공장' 중국 떠나는 외국 기업들
中당국 규제 강화·反외자 정서 등으로 동남아 등지로 옮겨
시진핑 '공동부유론'에 불안감 커져…"공동 빈곤 초래할 것"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에서 외국계 기업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중국 당국이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미중 패권경쟁 등의 영향으로 중국 내 반(反)외자기업 정서가 강해지면서 갈수록 기업하기 힘든 환경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진출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창한 공동부유(共同富裕)론이 정부의 시장개입을 더욱 확대하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중국서 짐 싸는 외국 기업들…"갈수록 기업하기 힘들어"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에서 26년간 운영해오던 조선소를 연말까지 철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995년 설립된 닝보 조선소는 거제조선소에 선박 블록을 공급했지만, 설비 노후화로 인한 생산효율 저하와 해외사업장 운영 효율 개선 전략에 따라 철수가 결정됐다.
삼성중공업 철수 방침이 발표되자 닝보 조선소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은 회사가 제시한 안보다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며 사무실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랴오닝성 다롄(大連)에 모터 생산기지를 운영하던 일본 전자업체 도시바도 지난달 현지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도시바는 다롄 공장뿐 아니라 중국 내 24개 도시에 진출한 33개 공장을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도시바가 중국에 진출한 지 30년 만이다.
도시바는 연구개발 기능과 정밀공정 공장은 일본으로 옮기고, 나머지 자동차용 전장과 가전 등은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강화 분위기 속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의 중국 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중국 내 이용이 막힌 가운데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해 온 주요 SNS는 링크드인 뿐이었는데, 이마저도 중국 당국의 규제 등에 밀려 중국 시장을 떠나게 된 것이다.
MS는 수년간 콘텐츠 규제 등 중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
이에 앞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피해자인 한국의 롯데와 미국 나이키, 독일 아디다스 등도 중국 사업을 접었거나 축소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경제 자립(자급자족)과 국내 수요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 갈수록 외국 기업들이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는 제19기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경제 자립과 국내 수요 확대를 통한 지속적 경제성장 견인을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이같은 기조를 바탕으로 올해 들어 거대 기술기업과 부동산 기업 대출, 비트코인, 대중문화, 사교육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주재원들 사이에 '중국에서 기업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미중 패권경쟁이 첨예해지면서 중국 내 반 외자기업 정서도 강해졌다"고 말했다.

◇ 시진핑 공동부유론에 '시장 옥죄기 아닌가' 불안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주재원들은 최근 시 주석이 주창한 '공동부유' 슬로건에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공동부유는 표면적으로는 분배를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와 외국 기업 주재원들은 이 슬로건이 정부의 시장개입 확대와 기업 규제 강화, 부자 증세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최근호에서 중국 주재 외국기업 간부들 사이에 시 주석이 주창한 공동부유라는 새로운 구호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하이(上海)의 다국적 기업에 근무하는 한 일본인 간부는 "1960년대처럼 폭력적이거나 감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정교한 방식으로 문화대혁명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라며 "이번에는 규제를 통해 외국 기업을 서서히 몰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부 개입에 자주 의존하면 공동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공동부유론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정책 기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거대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충성 맹세'를 하고 있다.
빅테크 규제의 핵심 표적인 알리바바는 지난달 초 '공동부유 10대 행동' 계획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1천억 위안(약 18조 원)을 내놓기로 했다. 1천억 위안은 알리바바의 반년치 순이익에 육박하는 액수다.

또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500억 위안(약 9조 원) 기부를 약속했고,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인 핀둬둬도 100억 위안(약 1조8천억 원)의 농업과학기술전담 기금 조성 계획을 밝혔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외국 기업들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는 9월 초 이런 불안감을 반영한 연차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가안보 개념이 중국 경제의 여러 분야로 확대되고 자급자족 방침이 강화되는 가운데 갈수록 많은 유럽 기업들이 기술 현지화와 공급망의 국내 완결이냐 시장 퇴출이냐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다.
요르그 부트케 주중 EU상공회의소 회장은 비관적 심정을 1에서 10까지로 나타내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8 정도"라고 답했다.
이미 많은 외국인이 중국을 떠나고 있는 현상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뉴스위크 일본판에 따르면 외국 여권을 소지한 상하이 거주자(16만3천954명)와 베이징 거주자(6만2천812명)는 1년 전보다 28% 이상 감소했다.
중국의 세금 제도 변화로 더이상 임대료와 학비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연말까지 더 많은 외국인이 중국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주중 EU 상공회의소는 "중국의 대도시에서 일하는 외국인의 감소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며 "선진국 출신 글로벌 인재 유출이 멈추지 않는다면 혁신이 저해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passi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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