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새정부, 중국과 거리두나…인권·대만 정면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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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1-29 15:30  

독일 새정부, 중국과 거리두나…인권·대만 정면 거론

독일 새정부, 중국과 거리두나…인권·대만 정면 거론

사민당 주도 새내각 외교정책 변화 불가피…녹색당 역할 주목

대만 외교 외연 확장…중국, '메르켈 없는 유럽' 우려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포스트 메르켈' 시대를 여는 독일의 새 연립정부가 중국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총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사회민주당(SPD)이 녹색당, 자유민주당(FDP)과 연정 구성에 합의함에 따라 사민당 총리 후보인 올라프 숄츠 대표가 다음 달 6일 연방하원에서 독일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이로써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16년 집권이 끝나고 좌·우파 동거 형태인 '적(사민당)-녹(녹색당)-황(자민당)'의 소위 '신호등 연정'이 출범하게 됐다.

숄츠 총리 후보가 메르켈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한 터라 국내 정치에서는 대체로 전 정권의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진보를 표방하는 녹색당이 환경장관과 외교장관을 맡게 돼 외교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정 협상 과정에서 녹색당은 '가치에 기반한' 외교정책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인권 문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녹색당이 특히 중국의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독일 새 정부의 대(對)중국 외교관계에 긴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호등 연정은 지난 24일 발표한 합의문에서 중국을 언급하며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와 홍콩의 인권 문제, 대만 문제, 그리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민감한 사안을 피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합의문은 중국과 협력 관계는 인권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아울러 유럽연합(EU)의 대(對)중국 관계의 틀 안에서 독일의 정책이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대만 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해 중국 당국을 긴장시켰다.

새 연정은 합의문을 통해 EU의 '하나의 중국' 정책 테두리 안에서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와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을 지지하고 독일과 대만 간의 우호 협력이 증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해협의 현 상황은 평화적 방식으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이 모두 동의하는 조건에서 변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독일 새 정부가 대만 측을 두둔하는 입장을 표명하자 대만은 즉각 반색했다.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독일 새 정부와 우호 협력을 강화하고 각 영역에서 상호 도움이 되는 관계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대만해협의 현 상황이 유지되고 국제 평화와 번영이 보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대만과 독일이 지난 4년여간 12개 분야에서 교류 협정을 체결했으며 양국 간 항공 서비스 협정 발효로 독일 직항노선이 개설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유럽의회 대표단과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의원단이 대만을 방문한 데 이어 친중국 행보를 보이던 독일이 중국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대만의 외교적 입지가 어느정도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7월 자국 주재 대만 공관을 '타이베이 대표부'에서 '대만 대표부'로 격상하고 내년 초 대만에 경제무역 대표처를 설립할 계획을 밝히는 등 대만과 관계를 한층 강화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남중국해, 신장(新疆), 홍콩 등은 모두 중국 내부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역대 독일 정부는 모두 '하나의 중국' 정책을 준수해왔다"고 반박했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하는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대만이 서방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양안의 통일은 역사의 대세이자 정도이며 대만 독립은 역사의 역류이자 막다른 길"이라며 "대만이 중국의 영토라는 사실은 대만 정부라도 결코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추로 역할했던 메르켈 총리가 물러남에 따라 EU와 관계가 삐걱거리는 중국으로서는 '메르켈 없는 유럽'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메르켈 총리는 재임 16년 동안 12차례나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중국을 중시하면서 경제 협력을 끌어내는 실용적인 대(對)중국 정책을 펼친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은 그동안 중국과 관계를 중시하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의 인권문제와 대만 문제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메르켈 총리와 고별 화상 회담에서 그를 오랜 친구라는 뜻의 '라오 펑여우'(老朋友)라고 부르며 "중국의 문은 언제나 당신에게 열렸다"고 말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최근 대만을 방문한 라파엘 글뤼크스만 유럽의회 의원은 독일 등 EU 국가가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와 인권 문제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출신 인권운동가인 글뤼크스만 의원은 "독일 정치 지도자들이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 협력 증진을 원하고 폴크스바겐 등 독일 대기업이 중국의 이익을 위해 로비스트로 나서고 있는 것이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EU가 대만의 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지하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우리는 권위주의 체제의 반응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포에 사로잡히거나 사고가 마비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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