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정지' 버튼에 1천300만 운명이"…中시안봉쇄 비판글 화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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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1-06 20:56  

"'일시정지' 버튼에 1천300만 운명이"…中시안봉쇄 비판글 화제(종합)

"'일시정지' 버튼에 1천300만 운명이"…中시안봉쇄 비판글 화제(종합)

프리랜서 언론인 장쉐의 '장안십일', 우격다짐식 봉쇄방역 신랄 비판

'우한일기'와 달리 관영매체 이례적 칭찬…"시안 시민 심금 울렸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이 도시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그들, 권력을 쥔 사람, 그들은 이 도시에 사는 1천300만명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았을까? 이런 일이 천하보다 큰일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큰일일까?"

코로나19 확산세로 작년 말부터 고강도 봉쇄에 들어간 중국의 고도(古都) 시안(西安) 상황을 묘사한 '장안(長安·시안의 옛 명칭) 10일-나의 봉쇄 열흘 일기'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장쉐(江雪)라는 이름의 프리랜서 기자가 지난 4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이 글은 도시 봉쇄 및 외출 금지 상황 속에 시민들이 겪는 고충과 재난 속에 서로 돕는 모습을 소개해 온라인상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정부의 우격다짐식 방역 정책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2020년 코로나19 발발 초기 우한(武漢)의 참상을 그린 소설가 겸 시인 팡팡의 '우한일기'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주일째 인스턴트 라면만 먹다 입 다 헐었다"

장쉐는 봉쇄령이 처음 내려진 지난달 22일 상황을 적은 대목에서 "비록 정부는 '물자 공급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이미 사재기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장쉐는 "이 밤에 슈퍼마켓에서 사재기를 하는 사람, 임산부, 병자, 대학원 입시생, 건축 노동자, 부랑자, 여행객 등은 모두 이번 도시 봉쇄가 그들에게 가져올 재난을 낮게 평가했을 수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장쉐는 "이 도시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그들, 권력을 쥔 사람, 그들은 이 도시에 사는 1천300만명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았을까?"라며 정부 방역 행정의 '그늘'을 서늘하게 비판했다.

저자는 봉쇄 초기에는 슈퍼마켓, 식료품점 등이 문을 열어두고 있어서 기본적 생활은 가능했지만 봉쇄로부터 이틀이 지나자 먹거리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생겼다고 전했다.

장쉐는 이어 지난달 27일 통제 수위 격상에 따라 이틀에 한 번씩 외출해 음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폐지됐다며 그때부터 누구도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그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인터넷은 음식을 살 수 없다고 호소하는 시안 시민들의 글로 넘쳐났다고 저자는 전했다.

그러면서 '누가 내게 식기와 젓가락을 팔 수 없나요'라는 글을 올린 젊은이를 도와준 일, 집이 근처인데도 봉쇄 조치로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취사도구가 없는 사무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을 도와준 일 등을 소개했다.

이어 저자는 29일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전했다.

그는 "두 젊은이가 '일주일째 인스턴트 라면을 먹고 있는데 입이 다 헐었다'고 했다"며 "한 명은 라면 두 봉지 밖에 먹을 것이 남지 않았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실탄과 군량이 모두 바닥났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거기에 더해 시안 시내 택배가 12월 21일을 전후해 모두 멈춰서면서 시민들은 온라인 주문을 통해 외지에서 물건을 배달받을 수도 없게 됐다고 전했다.

저자는 또 임신한 여성이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 신장 이식 후 급하게 약을 사야 하는 환자가 약 살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 외지 출신 노동자가 공사현장에서 밥을 먹지 못하고 있는 상황, 대학원 입시를 치르러 온 사람이 거리를 떠돌며 굶주리고 있는 상황 등 흉흉한 소식들이 SNS에서 떠돈다고 전했다.



◇"시민들 상부상조할 길까지 왜 막나"…"시안은 오직 승리뿐이라고? 어이없다"

장쉐는 이 같은 상황 묘사와 함께 "행정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정부는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우격다짐식 봉쇄 정책을 비판했다.

외출금지 등 고강도 봉쇄 정책을 융통성 없이 집행하는 동안 주민들이 상부상조하며 자구책을 찾을 길마저 막혔고, 정부의 개인별 식료품 배급도 제한된 행정력 아래에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장쉐는 봉쇄 초기 온라인상에서 수천명의 자원봉사자가 조직됐지만 당국이 거주 단지 밖으로 외출하지 못 하게 하는 바람에 역할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재난시 지역사회에서 주민 간 상부상조가 필수적인데 경직된 방역 정책으로 인해 사람들이 '고립된 섬'이 됐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인 징둥, 티몰과 같은 막강한 택배 시스템이 있음에도 정부가 그것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원성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장쉐는 말단의 배달 시스템부터 회복해 식료품점이나 슈퍼마켓 등이 거주 단지에 들어가 물건을 배달할 수 있도록 하고, 각종 구명약품이 주민들 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종 민간의 자구 활동을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장쉐는 지난 3일 '시안은 승리밖에 없다. 다른 선택이 없으며 퇴로가 없다'는 친구의 메시지를 접한 사실을 소개하며 "어이가 없었다"고 적었다.

저자는 그 친구에게 아버지를 잃은 소녀의 사연이 담긴 온라인상의 글을 캡처해 보내줬다고 소개했다. 부친이 심장 이상을 일으켜 병원을 찾아 나섰지만 위험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접수해주지 않은 탓에 수술이 늦어지면서 아버지를 여의게 됐다는 사연이었다.

장쉐는 "시안은 승리뿐이라는 말은 입바른 소리요, 틀에 박힌 말이고 빈말"이라며 "'우리는 어떤 대가라도 감당할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말은 좋지만 여기서 우리(시안 사람들)는 '우리'인지 '감당해야 할 대가'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일갈했다.

또 "사건이 끝난 뒤 반성하지 않고 피눈물의 교훈을 얻지 않은 채 공훈을 칭송하기 바쁘다면 사람들의 고난은 무가치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오늘 밤은 아버지를 잃은 그 소녀, 눈물을 흘리며 낯선 방역요원에게 생리대를 달라고 부탁하던 젊은 엄마, 그리고 수모를 당하고 상처받고 홀대받는 사람들에게만 관심이 있다"며 "그들은 이런 고통을 당할 필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외딴 섬이 아니며 한 사람의 죽음은 모든 사람의 죽음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썼다.

장쉐의 글에는 "마음 아프다", "보고 울었다", "시안 사람들 마음의 소리를 말했다"는 등 동조하는 댓글들이 대거 붙었다.

시안은 작년 12월 9일 파키스탄발 항공편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유입된 뒤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약 2주 동안 도시 전체가 봉쇄된 상태다.

글을 쓴 장쉐는 중국의 유력 언론매체에서 탐사보도 기자로 명성을 날리다 당국의 언론 검열 강화 흐름 속에 2015년 프리랜서 기자로 전향했다. 그동안 박해받는 인권 변호사들 가족의 사연을 소개한 글을 포함해 영향력 있는 기사들을 SNS에 공개해왔다.

한편,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장 등이 비판에 앞장서며 중국 사회에서 찬반 논쟁의 대상이 됐던 팡팡의 '우한일기'와 달리 장쉐이의 '장안 10일'은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관영매체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서방 언론은 장안 10일을 우한 봉쇄때 풍문을 전하고 정보를 왜곡했던 팡팡의 일기(우한일기)와 연결했지만, 장안 10일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시안 주민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썼다.

글로벌타임스는 내용이 진실하고 객관적이라면 개인의 시각에 입각한 관찰과 서술도 봉쇄에 대한 기록의 일부가 된다면서 그 대목에서 장안 10일은 팡팡의 우한일기와 다르다고 부연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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