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혈액부족에 "남성 동성애자 헌혈 제약 없애야"

입력 2022-01-14 16:25  

미국서 혈액부족에 "남성 동성애자 헌혈 제약 없애야"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미국에서 코로나19로 혈액이 부족해지자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에 대한 제약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NBC뉴스는 14일 코로나19로 인한 헌혈 급감으로 혈액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성소수자 옹호단체뿐만 아니라 20여명의 의회 의원들도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동성애나 양성애 남성은 헌혈하기 전 3개월간 성교를 하지 않도록 기간 제한을 두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오랫동안 성소수자 옹호단체로부터 차별행위라고 지탄받았고, 의료계에서도 국가의 중요한 혈액 공급에 불필요한 제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런 목소리는 이번주 적십자사가 코로나19 때문에 최근 10년간 최악의 혈액 부족 사태가 빚어졌다고 발표하면서 더 높아졌다.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헌혈이 10% 감소했고, 주요 헌혈 장소인 학교에서의 헌혈은 62% 줄어들었다.
적십자사는 일부 특정 혈액형의 경우 혈액 보유가 하루치에도 미치지 못해 의사들은 누구에게 수혈해야 할지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성소수자인 태미 볼드윈 의원 등 22명의 상원의원은 최근 하비어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재닛 우드콕 FDA 국장대행에게 서한을 보내 이와 같은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어떠한 정책도 성소수자 그룹을 배제하는 것은 차별적이고 잘못된 것"이라며 "진전된 혈액 검사와 안전 기술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동성애 남성에 대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합당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4명도 최근 FDA에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미국에선 에이즈 위기가 한창이었던 1980년대 최초 이런 규제가 생겼다. 수혈로 인한 HIV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다는 취지였다.
1983년 연방정부는 동성애자 남성에 대해 평생 헌혈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다 2015년 평생 헌혈을 못 하게 한 규제가 '1년간의 금욕'으로 완화됐고 2020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혈액부족 사태로 그 기간이 3개월로 다시 줄었다.
적십자사의 의료 국장인 바이아 라스키 박사는 성명에서 "지금은 겨울철인데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어 가뜩이나 심각한 혈액 부족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라며 "헌혈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해 달라"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프랑스도 최근 동성애 남성에 대한 헌혈 전 금욕 규제를 폐지한 바 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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