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학자의 일침…"일본, 엔화 약세에도 무역 적자 기술후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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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1-26 05:00  

日 학자의 일침…"일본, 엔화 약세에도 무역 적자 기술후진국"

日 학자의 일침…"일본, 엔화 약세에도 무역 적자 기술후진국"

노구치 유키오 교수 칼럼…"자동차 비교 우위도 유지될지 의문"

"한국·대만, 일본보다 하이테크 제품 수출 비중 높아" 흑자 증가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일본이 2010년대 이후 엔화 약세라는 유리한 통상여건이 조성됐는데도 무역수지가 악화하면서 '기술 후진국'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의 저명한 원로 경제학자인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81)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지난 23일 겐다이비즈니스(現代ビジネス) 온라인판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본은 엔화 약세에도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기술후진국'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겐다이비즈니스는 일본 최대 출판사 고단샤(講談社)가 발간하는 경제 전문지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인 노구치 명예교수는 최근 주간다이아몬드, 겐다이비즈니스, 도요게이자이 등 경제 전문지에 일본의 경제 정책과 국가 경쟁력을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기고하고 있다.

◇ "달러당 80엔→105엔 됐는데도 日 무역수지 악화"

노구치 명예교수는 일본이 2011년 무역적자를 기록할 때만 해도 엔화 강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했으나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5엔으로 하락한 2020년에도 무역수지가 악화한 것은 일본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2011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약 80엔이었다.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는 1980년대 후반 눈에 띄게 증가해 1992년에는 1천억 달러(약 120조 원)를 넘어섰다.

그러나 일본의 엄청난 무역 흑자는 미국과 통상 마찰을 야기했고 그 결과 1985년 이른바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에 대한 인위적인 평가 절상이 이뤄졌다.

플라자 합의의 영향으로 1980년대 전반 달러당 250엔이던 엔화 가치는 1989년 달러당 127엔으로 급상승했고 1995년에는 85엔까지 올랐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급상승한 기간에도 일본의 수출과 무역흑자는 계속 증가했다.

일본의 무역수지는 플라자 합의 이후에도 증가세를 지속해 2007년 기준 약 1천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급격히 감소세로 돌아서 2011∼2015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뒤 적자와 흑자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2021년도에는 129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오늘날 일본의 수출 규모는 1995년에 비해 약 2배 증가했지만 수입 증가 속도가 더 빨라 무역수지가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일본이 중국의 산업화에 대응하기 위해 엔화 약세 정책을 취했지만 이는 기술 혁신을 저해하고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과 대만의 통화 가치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지만 무역수지 흑자는 크게 늘었다며 이는 첨단기술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노구치 명예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대만의 수출이 첨단 반도체와 같은 하이테크 제품이 중심인 데 반해 일본 수출의 대부분은 자동차"라며 "자동차는 많은 나라에서 생산될 수 있는 제품이고 하이테크 상품이 아니다"고 말했다.

◇ "전기차 시대 개막…日 자동차 산업 우위 장담 못해"

노구치 명예교수는 일본이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산업의 생산성 우위 덕에 버티고 있지만 전기차 시대가 개막하면서 이마저도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도요타를 추월한 것을 상징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자동차는 많은 나라에서 생산 가능한 제품일 뿐 아니라 산업의 본질이 크게 바뀌고 있다"며 "일본 제조업체들도 전기차를 개발하고는 있지만 뒤처지는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과 대만은 하이테크 상품인 첨단 반도체와 전자 제품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해 일본과 차이가 있다고 노구치 명예교수는 짚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하이테크 상품은 한국 제조업 수출의 약 36%를 차지했지만 일본에서는 이 비율이 약 18%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약 60%를 벌어들이고 있고, 올해 초부터는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된 자율주행 칩을 테슬라에 제공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만의 TSMC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첨단 공정에서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다고 노구치 명예교수는 설명했다.

TSMC는 세계 최초로 5㎚ 미세공정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 대량 생산을 시작했을 뿐 아니라 올해는 3㎚ 공정에서 양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상반기 중 3㎚ 공정의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이처럼 글로벌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일본은 이를 장외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고 봤다.

최근 TSMC가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 만들겠다고 발표한 반도체 공장에서는 첨단 기술이라고 하기 어려운 22∼28㎚ 공정의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노구치 명예교수는 일본이 아직 강세인 자동차 시장에서도 소프트웨어를 가미한 전기차나 자율주행 시장으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과 같은 이점을 계속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기술로 지원되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assi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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