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피플 파워' 36주년…"독재자 아들 출마 반대" 시위 확산

입력 2022-02-25 17:42  

필리핀 '피플 파워' 36주년…"독재자 아들 출마 반대" 시위 확산
마르코스 대선 출마에 "독재 회귀·민주주의 말살" 비난
선거 캠프, 시민혁명 관련 언급 회피…"국민 통합" 강조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난지 36년째를 맞아 필리핀 수도 마닐라 일대에서는 대선 후보인 그의 아들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25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수천명의 필리핀 시민들은 이날 마닐라 시내 곳곳에서 올해 대선 후보인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의 출마 자격 박탈을 주장하면서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마르코스의 대선 출마에 대해 "독재로 회귀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구호를 외쳤다.
또 일부 참가자들은 '마르코스 반대', '부정축재 환수'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거나 춤을 추면서 시위를 벌였다.
마르코스 독재 정권 시절에 고문을 받았다는 시민 펠릭스 달리사이(69)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면서 "시민들이 마르코스를 쫓아내도록 반드시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20년 넘게 집권하면서 계엄령을 선포해 수천명의 반대파를 고문하거나 살해해 국제사회에서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다.
그러나 결국 1986년 2월 25일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나자 하와이로 망명해 3년 후 사망했다.
피플 파워가 일어났을 당시 수백만명의 시민들은 마닐라 부근 EDSA 도로 부근에 모여 독재 타도를 외쳤다.
독재자인 선친의 이름을 물려받은 마르코스는 지난해 10월 5일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마르코스 측은 이날 36주년을 맞은 피플 파워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향후 유세 일정만 공개했다.
그는 유세에서 국가 통합을 외치는 한편 과거 선친이 집권 당시 자행한 잔학행위에 관한 질문은 회피해왔다.
또 최근 몇달간 선친을 자신의 우상이라고 부르면서 국가를 위한 명확한 비전을 지녔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그는 가장 유력한 올해 대선 후보로 꼽힌다.
펄스 아시아가 지난달 19일부터 24일까지 2천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 조사에서 마르코스는 60%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해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16%로 2위를 기록했다.
필리핀은 올해 5월 9일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선출한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의 여러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마르코스의 대선 출마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을 선관위에 계속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마르코스가 공직을 맡았던 1982∼1985년에 소득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탈세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전력을 들어 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내국세법에 따르면 세금 관련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공직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선관위는 관련 법 조항의 소급 적용 불가 등을 이유로 청원을 잇따라 기각했다.
bum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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