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10년…상품 무역액 68% 늘고 공급망 결속도 강화(종합)

입력 2022-03-11 18:03  

한미 FTA 10년…상품 무역액 68% 늘고 공급망 결속도 강화(종합)
한국의 미국투자 3배, 미국의 한국투자 2배 각각 증가
주요 공급망 파트너로 성장…"경제안보 동맹 대응 고민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2012년 3월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10년간 양국 간 상품 무역액이 약 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한국의 미국 투자는 3배, 미국의 한국 투자는 2배 각각 늘었다. 특히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무역·투자가 확대되며 공급망 결속이 강화됐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한미 동맹 강화와 함께 한미 FTA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이 최근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만큼 기존의 한미 간 협력 관계를 경제안보 동맹 논의와 어떻게 연계할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미 FTA로 상품무역 68% 증가…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로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양국 간 상품무역은 FTA 발효 전인 2011년 1천8억달러(약 123조8천억원)에서 2021년 1천691억달러(약 207조7천억원)로 67.8% 증가했다.
FTA 발효 후 10년간 우리나라의 대미 교역은 연평균 5.68%, 대미 수출은 연평균 5.86% 각각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전체에 대한 연평균 교역 증가율(2.2%)과 연평균 수출 증가율(2.03%)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 상품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FTA 발효 전인 2011년 9.3%에서 2021년 13.4%까지 상승하며 한국의 2대 무역상대국으로 부상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무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7%에서 3.5%로 높아졌다.
품목별로는 자동차와 부품, 석유제품, 이차전지, 냉장고, 합성수지 등이 수출을 주도했다.
자동차와 부품은 지난해 기준 전체 대미(對美) 수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25.0%)을 차지했다. 10년간 연평균 5.8%씩 성장해 FTA 체결 이전 대비 수출 규모가 75.5% 늘었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2011년 26억5천만달러에서 2021년 48억1천만달러로 연평균 6.2% 증가했다.
이차전지(건전지 및 축전지) 대미 수출액은 FTA 발효 이후 연평균 20.4%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국 내 전기차 수요 증가 영향으로 전년 대비 122.6% 많은 27억6천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민감 품목이던 농축수산물의 경우 수입보다 수출이 더 늘었다.
FTA 발효 후 10년간 농축수산물의 대미 수출은 연평균 10.0% 증가한 반면 수입은 연평균 3.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수출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FTA 발효 전 연간 116억달러에서 2021년 227억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이 한때 무역적자를 두고 한미 FTA를 문제 삼기도 했으나 양국의 교역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상품무역에서, 미국은 서비스무역에서 각각 비교우위를 보인다. 이에 따라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상품 분야에만 국한돼있고 서비스 무역에서는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당초 서비스 시장이 미국에 잠식당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투자환경이 개선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늘고 국내 산업도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한미 FTA로 양방향 투자 2∼3배↑…공급망 협력도 강화
미국은 우리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1위 국가이자 한국 기업의 최대 해외 투자처이기도 하다.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 전체 FDI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3%, 우리나라 해외투자 중 대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5.2%에 달한다.
FTA 발효 후(2012년∼2021년 3분기) 한국의 대미 투자는 1천337억달러로, 발효 전(2002년∼2011년) 439억달러의 3배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누적 투자액 기준 한국의 대미 투자 순위는 2011년 17위에서 2020년 13위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한국투자는 479억달러로 약 2배 증가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는 2020년 기준 미국 내 9만명분의 고용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대미 투자국 가운데 14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국 기업에는 대미 투자 증가가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됐다.
배터리 분야는 미국 완성차 브랜드와의 합작투자로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반도체 분야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더불어 미국 내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될 경우 보조금 등 추가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내 주요 고객사 및 협력사와의 기술 협력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전기차 분야는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에 따라 전기차를 중심으로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점유율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미 FTA는 양국 간 공급망 협력 강화에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안정적인 투자 기반 위에 미국이 설계·디자인, 한국은 제조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산업 역시 한국 배터리 생산기업과 미국 완성차 기업들의 합작 투자로 한국 기업은 대규모 고객사를 선점함으로써 경쟁국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미국 완성차 업체는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는 협력 관계를 만들어냈다.
이 밖에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의약품 위탁생산체제(CMO)를 기반으로 하는 양국 간 협력이 백신 동맹으로 발전한 것도 공급망 결속 강화의 주요 사례로 꼽힌다.



◇ 미국의 對韓 수입규제는 지속…경제안보 동맹 논의 본격화
다만 미국의 한국에 대한 고강도 수입규제와 철강 232조 조치 유지는 우리 기업에 부담을 주는 한계로 지적된다.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수입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그중 우리나라는 세 번째로 많은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최근 직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철강 232조 조치 중 유럽연합(EU)과 일본에 대한 조치를 완화하기로 했으나 한국산 철강에 대해선 아직 우리 정부의 물량 확대 요구에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답보 상태다.
디지털 무역, 기후변화, 인권 등 현행 FTA 규범에서 다루지 않는 신(新)통상 의제는 향후 한미 FTA 개정에 반영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한미 FTA에도 전자상거래에 대한 일부 규정이 있으나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의 자유화', '데이터 설비의 현지화 요구 금지' 등이 반영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비해 적용 대상과 규범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새롭게 구상한 경제협력체제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신통상 의제들을 핵심사안으로 다룰 가능성이 큰 만큼 대응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유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향후 무역협정은 시장개방의 차원을 넘어 경제안보 측면의 동맹관계 강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이 최근 IPEF를 내세우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어 한미 FTA를 통한 양국 간 협력관계를 새로운 지역 경제안보 동맹 논의에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무역협회는 이날 '한미 FTA 10주년 세미나'를 온·오프라인으로 열었다. 세미나에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관 대사대리 등이 참가해 한미 FTA 10년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전망을 논의했다.
여 본부장은 "한미 FTA는 굳건한 한미 경제통상 협력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면서 "양국이 협력해 한미 FTA 프레임워크 하에서 공급망·신기술·디지털·기후변화 등 새로운 통상 의제에 대응하며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한미 FTA 발효 10주년을 계기로 한미 통상협력 증진 논의를 위해 다음 주 더불어민주당 이학영(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강훈식 의원,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 등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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