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높이자·공사비 깎자"…분양현장 곳곳서 사업 지연

입력 2022-04-19 10:27  

"분양가 높이자·공사비 깎자"…분양현장 곳곳서 사업 지연
둔촌 주공 이어 다른 재건축 단지도 분양가 등 놓고 시공사와 갈등
서울 아파트 분양 가뭄…원자재 가격상승 따른 공사비 증액도 변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신규 분양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가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으로 분양 시기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서울의 다른 주요 재건축 정비사업 단지 중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심사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하반기 이후로 분양 시기를 늦추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토지주가 따로 있는 일반 시행 사업도 공사비 인상을 놓고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며 분양 일정이 지체되는 분위기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등 정비사업 단지 중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분양 시기를 미루는 곳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분양가 상한제 대상 단지들로, 현 정부 내에서는 한국부동산원의 토지가격 적정성 평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시기를 미루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을 통해 분양가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상한제 분양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분양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은 상반기에도 일반분양이 어려울 전망이다. 조합에서 높은 분양가를 받기 위해 택지비 평가를 미루고 있어서다.
서초구 신반포15차도 마찬가지다. 직전 시공사인 대우건설과의 법적 분쟁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택지비 평가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분양 일정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5월로 잡혀 있던 분양일정도 하반기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조합은 앞서 분양한 반포동 '원베일리' 사례에 맞춰 3.3㎡당 5천만원 후반대의 분양가를 기대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아예 후분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 특히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은 분양가에 민감해 원하는 분양가를 받을 때까지 분양 시기를 늦추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새 정부가 상한제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하면서 출범 이후로 택지 평가를 미루고 있는데 여의치 않으면 후분양도 각오하겠다는 단지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앞서 삼국시대 유물이 발굴되며 공사 일정에 일부 차질이 생긴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 아파트도 이와 별개로 상한제 심사에서 원하는 분양가를 받지 못할 경우 후분양으로 돌리는 방안을 시공사와 논의 중이다.
현재 시공사업단과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공사중단, 시공사 교체 검토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둔촌 주공도 애초 분양가를 높게 받기 위해 분양일정을 2년 이상 미룬 케이스다.
둔촌 주공은 최근 한국감정원으로부터 받은 택지비 감정평가액이 ㎡당 1천864만원으로 확정되면서 일반분양이 가능한 상태지만 시공사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분양일정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재개발 현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은평구 대조1구역은 시공사와 공사비 문제로 갈등으로, 동대문구 이문3구역은 현재 시공사(HDC현대산업개발) 교체 문제 등으로 각각 분양 일정이 연기될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 발표 이후 일부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오른 공시지가를 반영해 택지비 산정에 나섰지만 조합 내부 사정까지 맞물리면서 분양일정이 지체되는 곳이 많다"며 "서울시내 신규 공급이 급감한 상태에서 일반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내 집 마련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도 지난해만큼 가뭄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은 총 4만7천여가구(총가구수 기준)로, 이중 현재까지 분양을 했거나 입주자 모집공고를 한 단지는 3천300가구에 불과하다.
부동산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분양가 문제 등으로 서울 아파트 분양이 올해로 대거 이월됐는데 일단 상반기 분양 물량이 대거 하반기로 이월될 분위기"라며 "청약 대기자들도 분양일정이 잡히지 않아 답답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일반 시공 사업도 공사비 문제로 곳곳에서 갈등을 빚으며 분양 일정이 지체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건설사 수주팀들은 시멘트, 철근, 골재 등 건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시행사와 공사비 증액 협의를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는 규정에 따라 물가상승률만큼 공사비를 올려받을 수 있지만 민간 공사는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최근 자재비 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놓고 곳곳에서 시행사와 건설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며 "상당수 수주에 의존하는 건설사 입장에서 손실을 감수하면서 공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사비 증가는 결국 분양가 상승, 분양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이는 향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의 갈등 요소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둔촌 주공 사례에서 보듯 정비사업 조합들이 공사비와 분양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을 합의하는 과정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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