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과학적인 코로나 야외소독 고집하는 까닭은?

입력 2022-05-03 10:54  

중국, 비과학적인 코로나 야외소독 고집하는 까닭은?
"오염된 물체 표면과 접촉해 감염될 확률은 1만분의 1 미만"
"코로나19 '외부 유입설' 강화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방역'"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제로 코로나'를 추구하는 중국에선 방호복을 착용한 인력들이 분무기를 들고 거리 곳곳에 소독제를 뿌리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봉쇄령이 떨어진 상하이에서만 무려 수천명의 인력이 지역을 소독하는데 동원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곳을 소독하는 건 방역의 기본이지만 중국 정부의 조치는 극단적일 정도다.
길거리뿐만 아니라 빌딩 출입구, 공원 벤치, 심지어 소포까지 도시 전체를 소독하겠다는 기세로 사람의 손발이 닿을 수 있는 온갖 곳에 소독제를 뿌려댄다.
노동 집약적인 작업이라 이 임무에는 소방관과 지역 청소년, 긴급구조 인력까지 차출되고 있다.
상하이 인근에는 특수 화학물질 생산 기지까지 세워졌다. 저장탱크와 대포 모양의 분무기를 갖춘 차량은 소독제를 거리에 살포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갖춘 이동형 소독 로봇까지 활용될 정도니 '제로 코로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소독하고야 말겠다는 중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시간 낭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CNN이 2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오염된 표면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 결과 코로나19에 오염된 표면을 접촉했을 때 감염으로 이어질 확률은 1만분의 1 미만이었다.
그런 점에서 실외 공원과 일반도로를 소독하는데 집착하는 건 무의미하며 오히려 대중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니컬러스 토머스 홍콩대 부교수는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야외 소독 작업에 중국 정부가 집중하는 데에는 정치적인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머스 부교수는 "소독 로봇의 등장과 거리 소독제 살포는 정부 조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보여주기식 행위"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발견됐음에도 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을 펴왔다.
특히 중국은 해외에서 들여온 냉동식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면서 '외부 유입설'의 근거로 밀어붙였다.
코로나19가 외부에서 들어왔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설파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이 같은 야외 방역에 집착하고 있다고 토머스 부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전염병 대응에 있어서 정치 논리가 지배하고 과학에서 벗어난다면 그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가 모든 해외 수입 품목에 대해 바이러스 흔적을 찾고, 일부 도시에선 국제 우편과 소포를 소독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고 CNN은 풀이했다.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 의대의 이매뉴얼 골드먼 교수는 과도한 소독에 노출된 사람은 건강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독제를 실외에서 뿌리는 것은 건강에 유해할 수 있고 눈, 호흡기 또는 피부에 자극이나 손상을 줄 수 있다"고 가이드라인에 적시했다.
이 같은 우려는 중국 내에서도 일찌감치 제기된 바 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초기, 중국 과학자들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기고한 글에서 염소 소독제를 과도하게 쓰면 물이 오염되고 호수와 강의 생태계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하이 당국도 동일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 상하이 관리는 "현재의 방역 조치는 본질적으로 비효율적이며 건강 위험과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